원래 신입때는 욕먹으면서 배우는거야

욕할 권리는 누가 누구에게 주는 걸까

by 김유난


'잘못했으면 욕먹어야지'가 당연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도 욕할 권리라도 생긴 듯 정말 원색적이고, 불필요한 강도의 비난을 한다. 그러고 나서 누군가가 너무 과한 거 아니냐 하면

'잘못했으면 욕을 먹어야지'

라며 가불기를 써버린다.

*가불기 : 가드 불가 기술

근데 잘못을 하면 꼭 '욕'을 먹어야 할까?

'잘못했으면 욕을 먹어야지'라는 말에는 '잘 걸렸다 아주 본때를 보여줘야지'라는 폭력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누군가는 비난하거나 혼을 내는 것에는 적정한 선이 필요하다.


조준모 : 수술방 하나 못 잡으면서 너는 여기 왜 있고 월급은 왜 받냐? 왜? 산과 가 아니라서 수술에는 관심이 없어? 산과 가 아니라서 잘 할 필요가 없는 거야?"

류재휘: 과장님! 혼내시려는 그 수술방 얘기만 하시죠 나머지 쓸데없는 말들은 더 안 붙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조준모 : 류재희 교수 지금 누구한테...

류재휘 : 교수님한테 드리는 말씀입니다. 잘못을 하면 당연히 혼 내야죠. 근데, 혼내는 장소와 문장에도 예의는 필요하거든요.

<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


본인에게 조금만 솔직할 수 있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지적한 잘못은 정말 높은 확률로 나도 했었거나, 언젠가는 할 잘못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잘 모른다.

물론, 그렇다 한들 잘못한 게 있다면 올바른 방법을 전달하기 위해서나 긴장감 유지를 위하여 혼나는 게 맞다. 하지만, 심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등 '욕'을 할 필요까지 있는지는 항상 의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적받는 것을 잘 못했다. 지적을 받으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야 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이 너무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혼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싫어했었다. 혼나고 있는 대상에 감정을 이입해서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조금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스스로 잘못된 점을 인정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혼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그럼에도 직장에서 몇 달간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사람 스트레스에 치여 살았던 경험이 있다.

나와 오래도록 같이 일을 했고, 내가 처한 업무적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나에게 일을 내렸고, 업무에 파묻혀서 쳐내다 보니 잔 실수를 종종 하곤 했다. 내가 한 실수에 대해서는 명백히 나의 잘못이고 그것마저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내가 하지 않은 실수에 대하여 부당하게 지적받거나, 실수를 지적하는 방법이 과할 때 부당하다고 느꼈다.

우선 그분은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본인이 실수한 것까지도 일단 나에게 왜 그러냐며 내 실수인 듯 말을 했다. 그걸 매 순간 전 층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게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공개처형하였다. 근데 알고 보면 내 잘못이 아니었을 때는 작은 목소리로 '그럼 이렇게 처리하자'라는 식으로 가스라이팅을 했다. 그때는 이미 나는 실수를 많이 하는 직원으로 낙인찍힌 후였다.

게다가 그 분과는 오랫동안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그분이 비슷한 연차에 했던 많은 실수들을 아는데도, 나에게는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하냐며 나무랐다. 그냥 조심해야 한다거나, 이런 건 집중 좀 하자 였으면 오히려 스스로 '아 좀 더 신경 쓸걸' 했을 텐데,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니 의욕이 많이 떨어졌다.

타사 직원들과도 비교를 했다. 회사별로 상황이 다 달라서 타사 직원과 비교하면 끝도 없는데 그렇게 말을 하면 할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분 연차의 타사 직원들과 비교했을 때 그분도 대단히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

이런 상황이었음에도 그분은 여러 가지 상황상 윗분들도 다루기 힘들어하는 분이었기에 어디에 부당함을 얘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개인적인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았던 시기라 인류애가 사라질 정도로 그분에게 질려버렸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잘못을 지적할 때는 잘못에 대해서만 지적하려고 하고 그 지적을 할 때 비아냥대지 않으려고 한다. 나름 편하게 말하겠다고 장난치듯이 지적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항상 부드럽게만 말 한다는건 아니다. 긴장감을 주어야 할때와 적당히 알려줘야할때를 구별하여 완급조절을 한다.

직장에서 후배가 선배에게 배워야 하는 입장으로서 예를 갖추는 만큼이나 선배도 후배에게 어떤 선배가 되어야 하는지 충분히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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