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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는 약해서 타이틀로 버팁니다

타이틀리스트로서의 삶

by 김유난


나는 나의 의지를 믿지 않는다.


결심만으로 변화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은 동기가 없으면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실험해왔다.


그중 하나가 '타이틀리스트'로서의 삶이다.


*Title list

'Title holder 라고도 하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 경기 또는 대회의 챔피언'이라는 뜻.


동기부여를 위하여 매번 스스로에게 특정한 '타이틀'을 부여했다는 의미로 내 맘대로 붙여본 단어이다. 자신에게 특정한 행동이나 습관을 기준으로 타이틀을 부여하고, 그 타이틀을 지켜나가는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이어간다.


예를 들면, 나는 매일 계단으로 출근을 한다. 하체 단련과 군살제거를 위해서 시작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매일 계단으로 출근한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렸다. 그렇게 달린 '매일 계단으로 출근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통해서 성실함, 꾸준함, 독종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내 스스로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이유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날 늦게 자서 혹은 아침에 유독 피곤해서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을 때도 이 타이틀이 나를 붙잡는다. 나는 성실하고 꾸준한 독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끔 일찍 온 동료들이 계단으로 올라와 헉헉대는 나를 보면 '진짜 맨날 계단으로 올라오나 보네?'라고 생각하며 내 타이틀을 확고히 해준다. 그리고 그런 외부의 시선이 나를 한 번 더 일으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매일 가장 일찍 출근하는 직원'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원래는 업무가 많아서 하루를 허겁지겁 시작하고 싶지 않아 일찍 출근했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않는 고요한 시간에 업무를 시작하고 싶었다. 내가 만든 이 '항상 먼저 출근해서 앉아있는 직원'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제는 업무가 많이 줄었음에도 계속 일찍 출근하여 업무에 필요한 기사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타이틀은 내게 업무능력 이상의 신뢰와 업무 주도권을 갖기도 한다. 윗분들은 '쟤는 항상 일찍 오는 애'라는 말을 하고, 항상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출근 시간 전에도 연락을 종종 연락을 해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가끔은 출근 시간도 아닌데 이게 맞나 싶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직장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나를 붙잡아 주는 실질적인 강제성이며, 부여하는 타이틀이 많아질수록 나를 끌고 가는 힘이 된다.


앞으로도 계속 나의 타이틀을 누적해 나갈 것이다.

단순한 타이틀부터, 장기적인 목표를 위한 타이틀까지.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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