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서 찾은 여행의 이유

모로코 여행기 1편

by Min

교환학생 중에 꼭 보고 싶었던 것들은 단연코 북유럽의 오로라와, 스스로가 터무니없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커다란 사막을 보는 것이었다. 대체 왜 나는 장대한 자연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걸 즐길까? 아마 인간들이 스스로 대단하다고 착각하는 순간부터 세상의 모든 문제가 시작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인간이 이렇게 만들었는데 대단하지?’의 도시 여행보다는 ‘너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우리 이미 대단하지?’에 동의하는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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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당시 작성해둔 여행기 옮김)


나는 지금 모로코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깨어났는데도 한 시간 반 정도를 더 가야 한다. 밤에 별이 보였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갑자기 왜 여행기를 쓰나면, 심심하다. 노래 다운로드도 안 받고 이북리더기도 안 챙기고 영화 다운로드도 안 해서 가지고 있는 게 노트랑 볼펜 하나다. 오, 앞 좌석 할아버지께서 일어나 짐칸을 열더니 옷을 꺼내신다. 비행 중에 저렇게 짐칸을 열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이륙이나 착륙 시점이 아니면 상관없나?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뻐서 확대해 사진을 찍고 있으니 창가 자리 여성 분이 대신 찍어줄까 물어보시더니 열심히 찍어주셨다. 고맙다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스몰 토크를 시작했다. 폴란드에서 혼자 오신 분이셨는데, 내 국적을 듣더니 한국도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하셨다. 자신도 씨푸트랑 매운 음식 좋아한다고. 네 저도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리워요.


한국에 있었을 때는 몰랐는데, 내가 처음 보는 사람과 하는 스몰 토크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여기 와 처음 알게 됐다. 특히 여행을 갈 때 만나는 사람들과는 말을 붙이는 게 더 쉽게 느껴지는데, 여행이라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아, 그리고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조건 좋은 사람이라는 이상한 고정관념도 가지고 있다.


비행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다 문득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왜? 현실과 멀어지고 싶어서? 아니면 다른 세계가 궁금해서? 흠. 해외에 가면 현실과 멀어질 수 있나? 해외는 현실과 다른 세계인가? 잘 모르겠다. 토론 학회를 하고 난 후에 늘 이런 식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한 자리에서 꿈쩍도 않고 주구장창 생각할 수 있는, 비효율적이고도 나름 낭만적인 능력이 생겼다.


현실과 멀어지고 싶다는 것이 이유인 사람들에게 여행은 일종의 회피인가? 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들이 여행을 휴식 또는 재충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주목해보면 ‘어쨌든 나중에 현실에 돌아가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류의 여행을 회피가 아니라 <잠시 멀어지고 싶지만 놓을 수 없는 무언가로> <돌아가기 위한> <원동력>이라고 봐야 한다. 기실 회피라고 보는 모든 것들이 실상 복귀를 위한 발버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행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후 7시 17분,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비행 지연 시간과 환전 시간까지 고려해 오후 8시 30분에 픽업을 신청해뒀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다 같이 공항에서 미리 싸 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페즈 공항에서 투어 장소인 메르주가 쪽으로 가는데 택시로 무려 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미리 먹어야 한다. 이런 극악무도한 이동시간을 젊은 때가 아니면 언제 해볼까 싶으면서도 사실 나는 10년 뒤에도 이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몇 차례의 엇갈림 끝에 택시기사님을 만나 택시를 탔는데, 운전을 하다 갑자기 정체 불명의 노래를 틀기 시작하셨다. 여러 곡이 동시에 섞여 있는 것 같아 심오하면서도 듣다 보니 나름 힙한 것 같기도 하다. 아랍 노래도 은근 신디사이저 소리를 많이 쓰는구나. 밤이라 다들 조용하게 자고 싶었지만 야간 운전이시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가고 있다. 나는 야행성 인간이라 새벽 2시가 되기 전까진 잠이 잘 안 와서, 다들 잠에 들었는데도 혼자 똘망똘망하다. 아저씨가 다들 자는 줄 알고 가끔 방귀를 뀌시는 것 같은데, 고통스럽지만 장시간 운전이니 이해하기로 한다. 그래도 과속방지턱을 아주 천천히 넘어주시는 젠틀함이 있으시다.


2월 28일

예상 시간보다 훨씬 일찍인 새벽 3시에 투어 장소에 도착해버렸다. 원래는 아침에 도착해서 조금 기다리다가 투어를 시작하는 일정이었는데 무려 7시간이나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투어사에 연락하니 일찍 와도 괜찮다면서 호스텔 문을 열어주고 방도 두 개나 내어주었다. 예약도 안 했는데 그냥 이렇게 방을 준다고? 요즘 같은 사회에서 참 하기 힘든 경험이다. 나중에 청구하면 군말 없이 내자는 합의를 하고 잠에 들었다.


오전 9시 21분, 친구가 거실에 나가서 바깥 좀 보라고 해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가봤더니, 갑자기 눈앞에 사막이 펼쳐졌다. 낙타도 한 30마리 보이는 것 같다. 하하. 너무 터무니 없어서 황당하다.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사막이라고? 새벽에 도착했을 때는 어둡고 졸려서 사막뷰의 호스텔인지 전혀 몰랐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꿈을 꾸는 것 같아 말도 잘 안 나온다. 생각보다 날이 흐려 파란 하늘은 아니었지만, 하늘까지 파랬으면 여기서 눌러살았을 것 같아서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오전 10시 39분, 전통의상을 갈아입고 트럭 뒤 짐칸에 탑승했다. 사실 차 안에도 자리가 있었는데 아직 낭만을 외치는 젊은이들은 모두 짐칸에서 오프로드를 즐기기로 했다. 생각보다 모래바람이 세지만 가는데 5분밖에 안 걸려서 괜찮았다. 도착하니 낙타들이 줄지어 앉아있었는데,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저 맨 뒷자리 아저씨보다는 안 무거울거라 조금 봐달라는 마음의 소리를, 저 맨 뒷자리 아저씨 몰래 보냈다. 한 명씩 탑승하고 드디어 내 차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아서 자칫하면 떨어질 것 같아 손잡이를 꽉 잡았다. 낙타가 걷기 시작하자 모래를 걷는 촉감이라 해야 할까, 그런 게 발을 디디고 있지도 않은 나에게도 전해졌다.


나름 낙타 승차감에 적응도 하고 사하라 사막도 눈으로 담고 있었는데, 가이드가 ‘꽉 잡아!’라고 말했다. 그의 능숙한 한국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한순간에 몸이 앞으로 휙 젖혀져서 깜짝 놀랐다. 낙타의 관절 구조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내리막길을 거의 쓰러질 기세로 무릎을 꿇었다가 다시 일어서는 방식으로 내려간다. 안 아픈가? 무릎 관절이 얼마나 좋아야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거지? 한 번 경험한 이후에는 꽉 잡으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탔다. 그래도 가이드들이 최대한 내리막길을 빙 돌아서 가주고 있는 것 같다.


눈으로 보이는 사하라 사막의 모래는 너무 고와서 거름망으로 수백 번은 거른 것 같았고, 하늘이 하얀색이어도 모래의 주황빛이 잘 보이는 게 신기했다. 바다는 그날의 하늘색을 타서 운이 좀 필요한데, 사막은 꿋꿋한 게 더 줏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주황빛의 모래 언덕은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정도로 펼쳐져 있고, 위에서 바라보면 나는 점으로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오전 11시 40분, 잠깐 쉬어가기로 해서 친구들과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모래 위에 드러누워 보기도 했다. 사막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는데, 초등학생의 나는 24살의 내가 여전히 이러고 있을 줄 알았을까? 쉬고 나서 20분 정도를 더 이동하니 무언가 사람의 손이 닿은 것 같은 장소가 보였다. 저기서 점심을 먹나 보다.

이 투어는 음식이 맛있기로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서, 이미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도 그 이상이었다. 웨하스 같은 과자와 달달한 차가 에피타이저로 나왔고, 그 후에 아보카도와 참치, 양파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채소, 빵, 카레와 계란찜 등이 끝도 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이 정도로 양이 많고 맛있는 외식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모로코 참 좋은 나라다.


점심을 먹고 낙타에게 먹이도 좀 주면서 쉬고 있었는데 가이드들이 ATV를 타고 달려오더니 한 명씩 타라고 손짓했다. 사실 후기에서 생각보다 빠르진 않다고 해서 자신만만하게 뒷자리에 탑승했는데, 음. 이때 인터넷만 잘 터졌어도 그 후기를 쓴 사람을 고소했을 수도 있다. 모바일 카트라이더를 현실에서 하면 이 정도 스피드일 거다. 그래도 빠른만큼 정말 재밌었다. 샌드보드를 타기 위해 높은 장소로 데려다주는 것 같았는데 내가 즐거워 하니까 빙글빙글 돌아가 주셨다. 샌드 보드는 일어서서 탈 수도 있고, 앉아서 탈 수도 있었는데 나름 한때 운동인으로서 균형 감각에 자신이 있었기에 일어서서 타다가 꼴좋게 넘어졌다. 타고 내려갈 때는 괜찮은데 마지막에 균형을 잡는게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모래가 푹신해서 아프진 않았다.

다들 한 번씩 보드를 타고 나서 다시 이동하기 전까지 한 시간 반 정도의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부터 모래 바람이 엄청나게 불기 시작했다. 모래 언덕을 걸어 올라가며 이렇게 생긴 옷과 히잡이 왜 필요한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전통의상이 아니라 생존의상이었구나. 그냥 맨 얼굴로 모래 바람을 맞고 있는 가이드들이 신기했다. 기관지에 안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게 이것저것 따지면 내 목숨도 위험해질 것 같아 생각을 멈췄다. 아무튼 이렇게 무장을 해도 맞바람과 발 빠짐 때문에 생각보다 모래 사막의 오르막길을 올라가는게 쉽지가 않다. 한 발씩 디디는데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해 쉬어가야 한다. 그래도 중간중간 바람에 일렁이는 모래를 보는게 재밌다. 우리가 떠나고 나면 또 일렁이다가 아무일 없었던 듯 만들어 두겠지. 사막 뿐 아니라 산이나 바다도 모두 그런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가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높다. 그래도 뛰어가는 가이드들을 보고 자신감을 얻고 나도 한 번 뛰어봤는데 발이 모래 안에 푹 들어가 디뎌주는 덕분에 넘어지지도 않았고 그냥 걸어가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그리고 사실 넘어져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막바지에는 내리막길이 끝나가는게 아쉬워서 친구랑 일부러 천천히 돌아서 내려갔다.


투어를 이끈 가이드는 젊은 남자 두 명이었는데 내가 여행하는 시점이 라마단 기간이라 이들은 오후 6시 전까지는 금식을 해야했다. 아무것도 안 먹은 체력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걷고, 잘 뛰어다녔다. 심지어 자꾸 경주를 하자고 부추겨서 나까지 무리하게 운동을 했다. 그래도 언제 사막에서 전속력으로 뛰어볼까. 라마단 기간은 보통 한 달 정도로, 이 기간 동안에 무슬림들은 일출부터 일몰 전까지 물도 못 마시고 금식을 해야 한다. 듣기로는 절제와 감사함을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보고자 시행되는 거라고 한다. (물론 임산부와 환자 등은 예외다.) 아무튼 처음에 들었을 때는 한 달은 너무한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들을 지켜보다 보니 내가 과하게 살고 있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없으면 안 될 것처럼 여겨졌던 것들이 없어졌을 때 생각보다 괜찮았던 적이 있다.


오후 4시, 다시 낙타를 타고 숙소로 이동을 해야 한다. 원래라면 선셋포인트로 넘어가서 일몰을 보는 일정인데, 오늘은 하늘이 뿌얘서 일몰은 못 본다고 한다. 아쉬웠지만 모로코를 다시 올 핑계가 생긴 것 같아서 오히려 좋기도 하다. 사막 뒤로 떨어지는 해를 보는 건 또 얼마나 즐거울까? 모든 여행은 다음 여행을 부른다. 높은 낙타에서 힘을 주고 앉아있다 보니 점점 다리 사이가 아파왔지만 황량한 사막을 보는 것이 하나도 질리지가 않아 참을 수 있었다.


도착 시간을 20분 정도 남긴 시점에서 처음 사막에 올 때 탔던 트럭에 타거나, 낙타를 계속 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와 라이덴 동기는 트럭 뒷칸에 타는 것을 선택했다. 낙타는 충분히 타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사라-내가 지은 낙타 이름이다-한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나와 내 친구를 포함해 같이 여행 온 국제커플 두 분도 차를 선택했는데, 여자 분은 프랑스에서 오신 분이고, 남자 분은 한국 분이셨다.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준 건지 프랑스 분이 한국어를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다. 아이~그쵸? 아이고~ 아닙니다! 등 장난스러운 말은 물론이고 말의 뉘앙스같은 게 마치 한국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 같아서 두 분이 평소에 대화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영어를 저 정도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말하고, 영어로 이 정도 분량의 글을 막힘없이 써낼 수 있는 때가 올까?

오늘 잠을 잘 게르는 사막에 위치했는데, 기대보다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솔직히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둥그런 모양의 게르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잘 운영되고 있는 글램핑장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웰컴티와 과자를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도 했더니 저녁 시간이 되어서 공용 식당으로 이동했다. 아늑한 분위기와 끝도 없이 나오는 따뜻한 식사, 그리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아기 고양이들. 친구들이랑 서로 이곳이 지상낙원 아니냐며 웃었다.

밥을 먹고 다 같이 캠프파이어 앞에서 둘러 앉아 박수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도 췄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노래가 있는 건 참 신기한 일이라, 그걸 관찰하는 것도 여행의 한 가지 묘미이다. 따지고 보면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모든 나라가 각자의 노래를 만들자고 태초부터 약속한 것도 아닐텐데, 어딜 가든 각 나라만의 리듬과 흥얼거림이 있고, 끝내는 그 나라를 닮은 음악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말과 글, 그리고 음악의 공통점은 리듬이 있다는 것인데, 무슨 말이냐면 빠른리듬으로글을쓰면나도덩달아말이빨라지고빠른드럼비트소리를들으면내발걸음도더활기차지는데 느-리고 천~천~히 흘러가는 글-과 말-로는


조금



깊-



그때의 감정을 더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재밌는 건 종종 기분과 리듬을 반대로 섞어서 발걸음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인데, 가령, 기분이 너무 좋은 날 되레 느린 곡을 듣고 슬픈 날 귀가 찢어질듯한 하드락을 듣는 것이 그렇다.


결국 인간의 발걸음부터 크게는 인생까지 모두 리듬과 같아서, 우리는 말과 글과 노래로 원하는 리듬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래서 나는 이런 것들을 참 좋아한다.

한바탕 젬베소동을 끝내고 밖에 나오니 옅게 보이는 구름들 사이로 점점 별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다. 투어사에서 바닥에 깔 카펫을 줘서 다같이 그 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봤다. 구름이 많은 날이라 쏟아지는 별이 보이진 않았지만, 친구들과 누워 북두칠성을 보고, 노래를 들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 친구가 열심히 살 의지가 생긴 것 같다고 해서 옆에서 조용히 끄덕였다. 왜 그런 마음이 생긴지 알 것 같았다. 여행을 한 번 해본 사람이 계속해서 여행을 하는 이유는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에 있다. 세상을 둘러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큰 감흥이 없는지, 어떤 것에 눈을 빛내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친구는 지금 사막 한가운데 누워 노래를 들으며 별을 보는 것에 눈과 마음이 빛났을 테고, 살다가 다시 이런 곳에 와야겠다는 결론에 자신도 모르게 다다랐을 테다. 그러니 삶에 대한 의지가 생긴 거겠지. 고로 전에 말한 '현실에로의 복귀'에서 여행의 역할은 - 목적 부여.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살다가 힘들 때 '나'는 '어떤' 곳으로 가서 다시 눈을 빛낼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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