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접근 주의' 딱지가 붙었다

식물들도 MBTI가 있다

by Book Challenge CAFE

간혹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노란색 경고 스티커가 붙어있거나

'접근 주의'같은 요란한 경보가 울리진 않아도

묘하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말을 걸기 어려운 기운을 뿜어내는 사람.


나 같은 경우 지나치게 목소리가 크거나 리액션이 급한 사람이 그렇다.

곁에 있는 사람과만 대화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큰 사람과 함께 하다 보면

테이블을 넘고 넘어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암묵적 청중으로 만들어버리는 효과가

다소 불편하다.


또 대화할 때 반사적이고 과한 리액션을 취하는 모습을 보면

그에게 이런 대화는 이미 많이 경험해 본,

더 이상 '생각'이란 걸 할 필요가 없는 무의미한 절차인 건가 해서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고 싶지 않게 된다.


얼마 전 반대의 상황을 겪었다.

친근했던 지인이 나를 피하는 것이었다.

(앗, 나에게도 접근 주의 투명 딱지가 붙은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 꾀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서운한 생각이 들다가 이제 조금씩 궁금해졌다.

'나는 왜 그에게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는가?'


실은 사건이 있었다.

서로의 과실과 의견 차이가 분명히 있었지만

먼저 사과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상대에게는 그냥 넘어가지 못할 상처를 남겼나 보다.

그날 나의 온몸에 내리꽂던 폭우만큼이나

나의 어떤 말이 그의 가슴에 거칠게 꽂혔을까.

나의 말뿐만 아니라 그날 그가 마주한 다양한 사건, 사람들이

크고 작은 비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우리가 공유했던 공통점으로 편안했던 관계가

그날 서로 다른 생각과 태도의 차이를 화해하고 못하고

갈라져 버렸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닮았는지만 좋아하고 안심해 왔고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관계가 오래갈 수 없었던 원흉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남녀노소 누구와 만나든 MBTI에 대한 화두가 빠지지 않았다.

사람마다 각자의 환경에서 형성된 독특한 성격이 있는 것처럼 식물도 그렇다.

식물마다 좋아하는 빛의 양과 세기(광포화점, 광적응성), 온도(호냉성, 호온성), 토양 환경이 다르다.


강하고 많은 빛을 좋아하는 수박, 토란, 토마토가 있는가 하면

미나리, 머위, 땅두릅은 약광을 좋아하여 필요에 따라 차광을 요하기도 한다.


강한 광선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는 양성 채소(박과, 콩과, 배추, 옥수수, 고구마 등)는

주로 열대지방이 원산지이고

그늘에서 잘 자라는 음성 채소(엽채류, 마늘, 파, 부추 등) 역시

원산지 환경에 대해 생태적으로 적응된 반응을 갖고 있다.


복숭아나무처럼 토양 입자가 성글어 물이 쭉쭉 잘 빠지고

뿌리내리기 쉬운 사양토를 좋아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단감나무처럼 보수력과 보비력이 강하고 비옥한

식양토를 선호하는 나무가 있다.

포도나무는 토양 적응성이 폭넓어

어디에나 둥글둥글 잘 어울리는 사람 같다.


자기가 키우는 식물과 친하고 습성을 잘 아는 농부는

식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식물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들고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MBTI의 핵심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도 있겠지만

타인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에게 알맞게 소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I/E에게는 I/E에게 맞는 성량으로(요즘에는 소문자 i/e도 있더라)

S/N에게는 S/N에게 맞는 접근으로

F/T에게는 F/T의 화법으로

J/P에게는 J/P의 관점으로!


다시 나의 문제로 돌아가 본다.

나는 왜 그에게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는가?

그에게 편안한 관계의 세기와 온도, 농도를 난 몰랐던 것이다.

아니, 나와 비슷할 거라고 단정했던 것 같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타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통점에만 눈 멀지 말고

차이점에 대해서도 눈을 크게 뜨고 환영하며

경청하고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살 순 없다.

하지만 서로의 곁을 내어주고 사는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또 잠재력을 잘 발휘할 수 있게끔

충분히 상대를 이해하고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줄 책임이 각자에게 있다.


서로에게 적절한 햇빛과 토양, 양분이 되어 준다면

관계의 정원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고

우리의 품에는 풍성한 열매가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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