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지도를 바라보며
취재 현장에서 산림청을 향한 비판은 신랄했다.
숫자와 그래프, 정책 실패라는 말들이 거침없이 오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분노가 아닌 애정이었다.
숲을 아끼는 마음,
불 속에서 삶을 잃은 사람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게 하려는 고집 같은 것들.
발표 중 경북지역 산불피해 지도를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경북 지역이 붉게 표시된 지도는
화상 입은 피부처럼 보였다.
불이 지나간 자리는
공기조차 상처가 된다.
숨을 쉬는 일,
옷깃이 스치는 일,
그저 가만히 있는 일마저
몸에게는 또 하나의 불이 된다.
뜨거움은 이미 지나갔는데
통증은 남아 시간을 따라 번진다.
화상의 상처는 “아프다”고 외치지 않는다.
대신 잊지 말 것을 요구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것은 한순간의 사고가 아니라
오래 남는 기억에 가깝다.
불은 꺼졌지만
몸은 아직 그날에 머문다.
산불은 끝나지 않았다.
이 불은 우연이 아니었다.
30년 가까이 침엽수 단순림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고,
송이 산업이라는 수익 구조로 고착시켜 온
오랜 선택의 결과였다.
산림청만의 문제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더 정확히는
인간의 탐욕이 설계한 숲이 문제인 것이다.
잘 타도록 길러진 숲,
불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숲.
숲은 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숲을 사랑하고 숲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대신 나서서 말하고, 대신 싸운다.
어제 그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의 마음에는
잃어버린 것을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뜨겁고 단단한 다짐이 담겨 있었다.
산불은 꺼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태우고 있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지도 위 붉은색 아래 숨겨진 고통,
숫자가 끝내 가리지 못한 인간의 탐욕,
그리고 잿더미 위에
아직 가시지 않은 온기처럼 남아 있는
우리의 책임을.
*라펜트 기사링크 : ‘숲가꾸기’ 경북산불을 키웠다
https://www.lafent.co.kr/Lafe/inews/news/news_view?news_seq=61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