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오롯이 실존을 느끼는 시간

by Book Challenge CAFE

얼마 전에 핸드폰 a/s센터를 갔다.

직원은 나의 간단한 인적 사항과

고장 증상을 적은 서류를 보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ㅇ자, '진'자[진짜] 고객님 맞으십니까?"

(내 이름은 외자로 '진'이다.)


이름을 확인하는 평범한 질문이 조금 특이한 내 이름 때문에 진짜, 가짜를 확인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니면 나의 실존에 대해 질문하는 것 같았다.


"네."

라고 짧게 대답했지만

'I'm real!'이라는 말을 붙일까 하다가 말았다.


장난스럽고 친절한 서비스센터 직원은 방해받지 않고 나의 실존에 대해 좀 더 탐구할 수 있도록 1시간가량 핸드폰을 수거해갔다.


오롯이 혼자였다.

핸드폰과 함께 시계도 사라졌다.

감으로 수리가 끝날 때 즈음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이 100% 리얼리티를 누릴 기회라고 생각했다.


핸드폰의 족쇄를 풀자

타인과의 암묵의 연결이 끊어지고

시간개념도 흐릿해지는 순간이

얼마나 낯선 것인지.


평소에 다른 감각들을 돋우고 발현시킬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살아가는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핸드폰은 더 나은 우리의 실존을 위해 발명한 실용적인 도구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지금, 여기'라는 실존과 멀어지게 만든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사건들을

모든 감각을 동원해 탐색하고 느껴보기도 전에

서둘러 타인과 공유할 사진에 담아 토스해 버린다.

지금, 여기에 실존하는 사람들과 풍경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작은 화면에 몰두해

수많은 허상에 방해받고 지배당한다.

아무리 먹방을 봐도 내 배는 채워질 수 없고

아무리 '생로병사의 비밀'을 봐도

일상에서 지식을 실천하지 않으면 질병과 이별할 수 없다.


우리 육체와 시간은 허상으로 채워질수록

빈곤하고 허무해진다.


모든 것이 내면에 충분히 우러날 수 있도록,

농익을 수 있도록,

우리의 기억이 외부의 어떤 장치가 아닌

뇌리에 깊이 새겨질 수 있도록,

핸드폰을 내려놓고

속도를 늦추고

충분히 직시하고 마주하면서

모든 감각을 깨워보자.


당신의 실존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할 때

더 생생해지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