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자 : 걸어서 맨해튼 속으로(3)

49일간의 미국 일상기록(6)

by 미래공원



뉴욕은 언제나 공사 중이다.



오래된 것을 보수하거나, 새로운 것을 짓거나. 어찌 되었던 언제나 쉬지 않고 공사 중이다.

늘 변하고 있는 뉴욕.

그래서 뉴욕을 계속 찾는 것 같다.






하이라인(High Line)


하이라인 공원은 미드맨해튼의 서쪽 허드슨 강변을 따라 난 고가 위에 조성된 산책길이다. 이곳은 한때 뉴욕의 골치 덩어리 폐열차 선로였는데, 운 좋게도 지역 사회가 함께 모여서 용도를 바꾸고 오늘날의 공원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고가 위에 이런 공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반전이 있어서인지 꽤나 매혹적이었다. 이렇게 도시재생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이 사례가 그 후 여러 나라에 영감을 준 것 같다. 한국 서울에도 예전 서울역 고가도로를 산책길로 탈바꿈하여 [서울로 7017]을 조성해두었던데 유사한 것 같다.


하이라인에는 여전히 철도가 일부 남아 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꽤나 많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예술가의 참여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서 걷는 내내 보는 즐거움이 있다. 고가 위인 것을 잊고 있다가도 건물 사이를 지나칠 때 평소와는 다른 눈높이에 새삼 깨닫는다. 이 길은 뉴욕의 주요 관광지인 휘트니미술관, 첼시마켓, 베슬까지 길이 2km가 넘는 길게 이어져서 길을 걷다가도 원하는 목적지가 나오면 중간에 빠져나올 수도 있다.


하이라인은 허드슨 강변과 맞닿아 있는 위치의 고가 위 공원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허드슨 강의 칼바람은 각오해야 한다. 비슷한 온도에 갔던 센트럴파크, 타임스퀘어 심지어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보다도 이곳 하이라인이 강바람 덕에 매서운 뉴욕 겨울을 한껏 느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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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Chelsea)


맨해튼은 계획도시답게 구획이 잘 나뉘어 있고, 구역마다의 특색이 뚜렷하다. 첼시 지역은 오래된 벽돌 건물이 많이 보였는데 저마다 다 다르게 생겼다. 아마 주거지일 것 같은데 한국의 아파트나 빌라와는 다르게 건물마다의 개성이 있었다. 그래고 특이한 것은 건물들 사이에 틈이 없이 서로의 벽을 기대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하이라인 중간쯤에 위치한 첼시 마켓(Chelsea Market)은 기존 과자공장을 개조하여 실내 공간에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가득한 작은 매장이 모여 있어 구경할 맛이 난다. 특히 랍스터를 파는 [랍스터 플레이스]라고 첼시마켓을 대표하는 맛집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붐볐었다. 내부 공간 자체도 예술적인 감각이 많이 묻어난다. 한층으로만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지하에 내려가니 홀푸드마켓 같이 식료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 미국에 와서 트러플 맛에 눈을 뜨게 되어서 트러플 소스를 사려고 눈여겨봤는데, 이곳 마켓에 선별되어 파는 것이면 사도 좋겠다 싶어서 결국 구매까지 했다. 여기서 파는 판매가격은 역시나 자릿세가 있어서인지 홀푸드마켓이 더 저렴해서 구매는 나중으로 미뤘다.


첼시 마켓 맞은편에는 구글 본사 빌딩이 있다. 구글 본사 빌딩은 한쪽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한 에비뉴를 다 차지할 만큼 엄청 길게 한 덩어리로 자리 잡고 있었다. 본사답게 많은 직원들이 저 안에서 근무하고 있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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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야드(Hudson Yard) / 베슬(Vessel)


하이라인의 가장 윗 시작점에는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생기고 있고, 이 대규모 도시계획은 맨해튼 웨스트사이드 스카이라인을 바꿀 것 같다. 이 지역 개발은 아직 끝난 게 아니고 2025년까지 완공 계획이라고 하니,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


현재까지 완공되어 오픈된 허드슨 야드 쇼핑몰은 신생 몰 답게 화려하고 역시나 알만한 브랜드가 다 들어와 있었다. 저층에는 상업시설, 고층에는 호텔과 오피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런 곳에는 신상 전망대가 등장한다. 몰 꼭대기에는 바깥으로 튀어나온 삼각형 형태의 구조물이 특징인 '엣지 전망대'가 있다. 건물 아래서 올려다 보아도 건물에서 뾰족 나온 삼각형은 많이 아찔해 보인다.


쇼핑몰 앞쪽에는 독특한 벌집 모양의 야외 구조물 베슬(Vessel)이 있다. 아마 가장 최신상 랜드마크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2019년 말에 촬영된 예능 [이서진의 뉴욕뉴욕]을 tv에서 보면서. 저건 뭐지? 하며 놀랐던 게 생각난다. 이미 신상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많이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하고, 내가 방문했을 때도 역시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15층 높이의 나선형 계단으로 설계되어 있어 360도로 다각도에서 전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현재는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 아쉬웠다. 그래도 1층 내부 입장은 가능해 중앙에서 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볼 수록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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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월드트레이드센터(One World Trade Center) / 오큘러스(Oculus)


로우맨해튼에는 911 테러 이후,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 원월드트레이드센터, 오큘러스 등 신생 건축물들이 들어섰다. 911 테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쌍둥이 빌딩이 있었던 터에 9/11 메모리얼 기념관이 생겼고, 두 개의 사각 분수대로 이루어진 추모 폭포는 지상에서 지하로 쏟아진다. 그리고 분수대 가장자리를 자세히 보면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쉼 없이 떨어지는 물줄기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중앙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숙연해진다.


그리고 옆에 위치한 기하학적인 형태의 현대적인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큘러스의 독특한 외관을 보고 뮤지엄쯤으로 생각했는데, 내부에는 명품 쇼핑몰이 들어서 있고 지하에는 일곱개의 지하철이 교차하는 환승역이 있었다. 건축 기간만 12년이 걸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하철역으로 이름을 올렸다고도 한다. 뉴저지로 가는 PATH를 이용하기 위해서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이용했던 어느 역보다도 멋지고 깨끗했다.


오큘러스는 스페인계 스위스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디자인한 이 빌딩은 하얀 날개 모양으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내 시선에서는 [아기공룡 둘리]의 생선 가시 안에 들어온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건물 밖에서 봐도 신기하지만,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 그 대공간이 주는 웅장함에 경이롭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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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는 수없이 많은 랜드마크들이 있어 왔다.

그중에서 MoMA 근처에 있던 뉴욕 도시를 상징했던 LOVE 조형물. 아쉽게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조형물은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가 텍스트를 활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세계 여러 도시에도 있다. 그렇지만 뉴욕에 가면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상징적인 버킷리스트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대신 아직 남아있는 HOPE 조형물은 남아있어 찾아가 아쉬움을 달랬다.)


없어지거나 잊히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또 어떤 것들이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하게 될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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