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프롤로그. 미국으로 가는 길
값 비싼 비즈니스석보다 눕코노미
이번 비행기표는 그동안 여행하면서 모아둔 항공사 마일리지로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구매했다.
마일리지를 살펴보니 그동안 많이도 나다녔나 보다. 사용하지 않으면 애써 모아 아껴 둔 마일리지가 소멸될 것이라는 재촉임도 떠나기로 결정한 것에 한몫했다.
이렇게 덤으로 비행기를 탑승한 적이 처음이다.
늘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서 엄청난 웹서핑을 했었는데, 마일리지 항공권은 성수기만 피하면 원하는 날짜로 예약할 수 있었다. 보통은 마일리지 항공권도 한정되어 있어서 예약 가능 날짜가 시작되는 날에 수강신청하듯 예약해야 했을 것 같은데 코시국인지라 여유 있게 날짜를 고민하고 선택했다. 여행 일정을 정하면서 뉴욕의 성수기는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있는 연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성수기를 피한 평수기 일정으로 마일리지 항공권을 예매했다. 즉, 성수기 시작 전에 가서 성수기가 지난 후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잡아서, 뉴욕의 성수기에는 뉴욕에 머무는 일정이 되었다.
이제 시작일은 정해졌다.
모든 여행의 시작은 항공권 예매에서부터 시작이라는데, 이때부터 49일간 미국에 머물면서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된다.
정해진 날은 빨리 온다던데, 어느덧 출국날이 가까워 왔다.
이제는 공항의 모습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뉴스에서 봐서 알고 있었지만, 한적한 공항의 모습은 매우 낯설었다. 코시국이라 방역 체크 등 공항에서 어떤 상황이 있을지 몰라 인천공항에는 일찍 도착했다. 공항 이용객이 없어 탑승 수속도 매우 수월했고 면세구역에서 탑승시간까지 2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비행기 탑승 전, 시간 보내기에 제격인 곳은 역시 공항라운지다.
코시국은 코시국이라 공항라운지 또한 여유롭기는 마찬가지였다. 해외여행을 다닐 때 늘 유용하게 사용하였던 PP(Priority Pass)카드는 이번에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동안 해외 나갈 일이 없어서 잠자고 있던 카드가 참으로 유용하게도 쓰였다. 터미널 1의 공항라운지는 몇몇 존재하지만 코시국이라 운영하는 곳이 손에 꼽고 아시아나 라운지를 이용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6시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온 위장의 허기를 간단한 요깃거리로 달래 보았다. 코시국 답게 샌드위치도 샐러드도 개별포장이 잘되어 있었다. 아침이었지만 생맥주 기계가 보여서 탄산 가득 시원한 맥주도 마셔보았다. 창밖으로 비행기의 이착륙을 보고 있자니, 이제 여행 가는 느낌이 났다.
라운지에서 배도 좀 채우고 발 뻗고 좀 쉬어보려고 하니 탑승시간이 가까워져 왔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자리를 잡아보는데, 몸통 쪽 좌석의 앞쪽의 반은 조금 더 돈을 주고 구매하는 좌석이어서인지 아예 비어있었고 자리 잡은 사람들도 3좌석을 1명이 모두 사용해도 될 정도로 띄엄띄엄 앉았다.
이렇다면 값비싼 비즈니스석 보다 누울 수 있는 이코노미가 오히려 반갑다.
이번 생애에 눕코노미를 경험하다니 때아닌 개이득. 특히나 이렇게나 장시간 이동하는 장거리 노선에서의 눕코노미란 정말 행운이다.
낮은 승객 밀도 덕분에 승무원분들도 기내식을 나눠주고, 다시 가져가는 속도도 빨랐다. 반쯤 먹었는데 벌써 회수하고 있다니...
무튼 12시간 남짓의 긴 시간 동안 두 번의 기내식과 한 번의 간식으로 배뚠뚠하게 뱃속을 잘 채웠다.
곧 도착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잠시 잠깐이었지만 창밖으로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스쳐 지나갔다.
언제나 미국의 입국심사는 쫄린다.
'며칠 머무냐, 왜 그렇게 오래 머무냐, 돈은 얼마 가져왔냐, 어디에서 머무냐, 그게 어딘데'라는 질문이 연타로 왔다. 질문이 마치 랩 하는 것 같아 중간에 못 알아듣고 벙찐 표정했는데 두 번 말해주다가 그냥 넘기더라..하하하
무튼 입국심사는 생각보다 싱겁고 빠르게 통과했고, 짐도 바로 찾고 밖으로 나왔다.
같은 국제공항임에도 인천공항에 비해 JFK공항은 미국답지 않게 너무나 작았다. 나오자마자 여기가 정말 뉴욕이 맞는가 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어찌 되었든 길었던 이동의 대장정 끝에 드.디.어. 지구 반대편 뉴욕에 도착했다.
시차로 인해 뉴욕 현지시간으로도 출발했던 시간에 도착해서 하루를 벌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차 적응하느라 며칠을 또 날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