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버블입니다. 언빌리버블!
AX, 즉 AI 대전환 시대는 단순한 기술 발전의 한 단계를 넘어 사회와 국가, 경제의 작동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기입니다. 이전의 디지털 전환(DX)이 산업과 행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효율을 높이는 수준이었다면, AX는 이 디지털 기반 위에 인공지능이 모든 의사결정과 운영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단계입니다. 다시 말해, AI는 더 이상 보조 수단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실질적인 신경망으로 기능하게 되며, 이에 따라 국가가 AI를 스스로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은 곧 주권의 핵심과 직결되는 요소가 됩니다.
소버린 AI(Sovereign AI)는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개념입니다. 소버린 AI는 한 국가가 자국의 데이터, 인프라, 알고리즘, 규범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자율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며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단순히 특정 기술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자국의 법과 기준에 따라 관리되는 체계, 자국이 독자적으로 AI 모델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와 클라우드 같은 인프라의 확보가 모두 포함됩니다. 또한 AI 윤리와 안전 기준을 자국의 가치에 따라 설정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인적·산업적 생태계가 구축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소버린 AI를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소버린 AI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가가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열세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곧 주권의 실질적인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는 기술 종속입니다. 국가의 행정, 산업 운영, 사회 서비스 전반이 해외 빅테크 기업의 모델과 인프라에 의존하게 되면, 국가의 핵심 정보와 의사결정 과정이 외부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됩니다. 외국 기업의 알고리즘이 행정과 산업의 기반이 되는 순간, 국가는 그 기업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디지털 종속국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집니다.
이러한 기술 종속은 경제적 종속으로 이어집니다. 국내 산업이 자체 생태계를 갖추지 못하고 해외 기업의 API와 플랫폼 위에서만 작동하게 되면, AI로부터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대부분 해외로 유출됩니다. 결과적으로 국부가 빠져나가고, 국내 산업은 자생력을 상실한 채 외국 기업의 하청 구조로 고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국가 경제의 전략적 주도권이 외부에 넘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보 측면에서의 위험도 매우 심각합니다. AI 모델이 해외 인프라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전시나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핵심 시스템이 외부에 의해 차단되거나 조작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인공지능은 사이버전과 정보전의 핵심 무기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자체적인 방어·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면 한순간에 전략적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입니다.
문화적 차원의 침식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언어모델이나 검색·추천 알고리즘이 외국의 가치와 규범에 의해 설계되어 있다면, 국민의 정보 접근과 여론 형성 과정이 외국 기업의 알고리즘에 종속될 수 있습니다. 자국의 언어와 역사, 문화적 맥락이 AI 모델에서 주변화되고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문화 주권 자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이는 정보와 여론의 주도권을 외국의 시스템에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흐름의 끝에는 정책적 무력감이 자리하게 됩니다. 국가가 자국 내에서 AI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법과 제도를 마련해도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정책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넘어가고, 그들의 정책과 운영 방식이 사실상의 규범이 됩니다. 이는 국가의 주권이 기술을 통해 우회적으로 침식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인식한 여러 국가들은 이미 소버린 AI 확보를 전략적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미국 빅테크 종속을 우려해 자국형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모델과 인프라를 수직 통합해 완전한 자립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클라우드 인프라와 대형 언어모델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잠재적 위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소버린 AI 확보를 위해 국가 전략 차원의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7년까지 한국형 대형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추진 중이며, 5개 정예팀(네이버, SKT, LG 등)이 선정되어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AI 인프라 확충, 데이터센터 지원, 반도체·클라우드 자립, 법·제도 정비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정부 사업과 자체 모델 개발을 병행하며 자립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KT·네이버·업스테이지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총 1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계획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기술 주권 확보와 글로벌 의존도 축소가 목표입니다. 다만 데이터 자원, 연산 인프라, 기술 격차, 부처 간 조정 등의 한계가 도전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AX 시대에 소버린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것은 국가가 스스로의 정보를 지키고, 자국의 경제를 방어하며, 안보를 보장하고, 문화를 유지하며, 정책의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반입니다. 소버린 AI가 없는 미래는 단순히 기술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주권이 외국 기업과 타국의 손에 넘어가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소버린 AI의 확보는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과제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