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캠퍼스 모듈수업의 꽃, 일명 '주콘'
주콘은 '주제콘테스트'의 준말입니다.
거꾸로캠퍼스는 1년에 4번의 학기를 보냅니다.
여기서는 '모듈'이라고 하죠.
한 모듈은 약 10주 정도 됩니다.
새 모듈이 시작되면, 거꾸로캠퍼스에서는 가장 먼저
약 이틀에 걸쳐 '주제 콘테스트'를 엽니다.
글말 교사 수선(김선수)은 주제 콘테스트를
거꾸로캠퍼스의 '햇빛'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도 자라게 하고, 교사도 자라게 하는 양분이자,
한 모듈 전체를 비추는 빛이라는 겁니다.
옆에서 수선의 이야기를 듣던 활어(김광호)는
"전 햇빛 알러지가 있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학생들은 4~5명씩 모둠을 이뤄 한 모듈 동안
거꾸로캠퍼스 혜화랩에 있는 모두가 공부할 주제를
발제합니다. 주제콘테스트 당일에는
각 팀들이 준비한 주제를 발표하고,
학생들은 각자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놓고
투표를 하게됩니다. 이렇게 정해진 주제는
한 모듈 전체에 걸쳐 거꾸로캠퍼스의
중심테마가 됩니다. 각 교과 수업은 물론
학생들의 개인주제프로젝트와도 연결이 될 수 있죠.
주제프로젝트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 해를 넘게 다닌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익숙해 하지만,
거꾸로캠퍼스에 이제 막 다니기 시작한 학생들에겐
그저 막막하기만 하죠.
"자 한 모듈동안 같이 공부할 주제를 정해
기획안을 발표해봐요"
막상 시작하려면 어디서부터 할지도 모호한데,
주어지는 시간도 길어야 이틀입니다.
지난번 모듈에 이어 두 번째로 주제콘테스트에 임하는
블리(배혜윤, 15)가 자신의 첫번째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할 게 많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신입생들이 많은 팀이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일단 교과연결이랑, 시의성을 따지기도 하지만
재밌는 주제 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근데 다들 관심사가 다르니까, 같은 팀 안에서도
각자가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거든요.
그 과정이 진짜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번 모듈에 거꾸로캠퍼스 혜화랩에서는
약 3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합니다.
주제콘테스트를 준비하던 학생들도
최종적으로 어떤 주제가 뽑힐지 알지 못합니다.
각 팀의 발표가 모두 끝나면,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팀의 주제에는
표를 던질 수 없거든요.
열심히 준비를 하고 발표와 투표를 마친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에 표를 던졌는지 물어봤습니다.
(이번 모듈의 주제는 수달, 양평, 양갱, 리프 팀의
'브랜드'로 결정되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학생 24명 중
절반이 넘는 15명(62.5%)이
"주제가 재밌어 보여서"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 연결이 잘 될 것 같은 것이나,
본인이 탐구하고 싶은 개인주제와 쉽게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주제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모두 4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의외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딘가 모르게 끌려서"라는 항목이 6명(25%)이나 됐습니다.
발표 전날 혜성(조오성, 17)이가 한 말에 뼈가 있었던 셈이죠.
"사실 하고 싶은거 하는게 좋다고는 하는데,
발표하는 목적은 (콘테스트에서)뽑혀서
주제로 선정되는 거잖아요.
관중인 학생들의 경향이나 성향을 알고,
반영해서 하는게 더 목적에 부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완전히
개인적인 것 보다는 보편성 있는 주제로
하려고 해요. 아이들이 잘 공감할 수 있는 게
뭘까도 생각을 하면서요."
'꼴찌 안한게 다행이에요' 하고 말하는 블리에게
수선은 "에이, 여기 그런게 어딨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의 표정은
"그렇긴 하지만...." 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주제콘테스트의 목적은
경쟁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주제콘테스트는 거꾸로캠퍼스에서 공부할 학생들이
함께 의견을 모으고, 결과물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배우는 것을
효과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거꾸로교실이나 사최수프, 모듈수업, 프로젝트
이런 것들은 사실 처음와서 적응하려고 하면
꽤 어렵거든요. 적어도 서너 모듈은 해야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데,
주제콘테스트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한 모듈의 연습이랄까?
그래도 하다보면 조금씩 쉬워져요."
혜성이의 말처럼 말이죠.
글. 정유미 (사)미래교실네트워크 콘텐츠매니저
사진/영상. 이동환 정유미 (이상 콘텐츠 매니저), 강채현(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