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를 위한 특별한 구독 서비스 "Mubi" "yesplz"
미국과 유럽에서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가 2018년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구독경제 시장은 2013년 이후 5년 동안 매년 100% 이상씩 성장했다고 합니다.
2010년 무렵 시작된 구독박스 서비스는 현재 미국에만 3,500개 이상이 존재하는데, 구독 서비스도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구독경제에서도 차별화가 필요한데요, 대중이 아닌 소수에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한 사례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독립영화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영국의 Mubi는 대중이 아닌 소수 마니아층이 찾는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입니다. 2007년 영화광들의 SNS로 시작된 Mubi는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2010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10달러를 내면 매일 한 편씩 엄선된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독립영화(제작과 배급이 독점형태로 운영되는 상업영화를 지양), 클래식영화(지금은 찾아보기 드문 희귀한 고전영화), 컬트무비(대중에게 사랑 받지 못했지만 소수의 광팬을 보유한 영화) 등을 소개합니다.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 영화나 TV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비해, Mubi는 예술 영화만 서비스하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광들이 찾는 서비스인 만큼 영화에 대한 비평을 쓰고 공유하는 Notebook 카테고리도 흥미롭습니다.
넷플릭스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개인 취향에 맞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반해, Mubi는 전문가인 사람이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Mubi가 대중을 위한 서비스 회사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래된 영화 필름 복원 사업에 관심을 갖는 등 오히려 소수의 마니아 층에 집중합니다.
전 세계에 23,0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는 커피의 대명사로 불리며 대중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았는데요.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블루보틀(Blue Bottle)이 등장했습니다.
서로 경쟁사지만 두 업체가 추구하는 방향은 완전히 다릅니다.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와 대조적으로 커피를 신속하게 제공하지도 않고, 공간도 넓지 않으며, 와이파이나 전기 콘센트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에서 인증 받은 최고급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엘리트 바리스타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 한 잔 한 잔에 정성을 쏟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만들어지는 커피인 만큼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길 줄 아는 마니아 층이 찾을 수밖에 없죠.
잠을 깨우기 위한 각성제로 커피를 마시는 저에게는 매장 커피나 편의점 커피가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지만, 커피 애호가라면 누구나 집에서도 블루보틀처럼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고 싶을 텐데요. 미국에서는 이런 커피 마니아를 겨냥한 커피원두 구독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YesPlz는 바리스타가 설립한 구독 박스 서비스로 ‘가정용 블루보틀’을 추구합니다. 전 세계의 독특한 커피를 혼합하여 새로운 맛을 개발한 원두를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합니다.
커피원두의 신선도를 위해 1회 배송에 250g씩, 즉 머그 한 잔에 15g씩 16잔을 만들 수 있는 용량을 배송하는데 17달러입니다.
오프라인 매장만 있던 전통시장에서는 가장 많이 판매되는 상품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법칙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백화점 고객 중 VIP 고객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발생시키고, 조직의 우수한 직원 20%가 회사 매출의 80%에 기여하고, 20%의 인구가 국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전체 결과의 80%는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파레토 법칙입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라는 온라인 시장이 형성되면서 주목 받지 못하던 80%의 다수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즉, 주목 받지 못한 다수의 80% 제품이 소수의 핵심 제품 20%보다 더 높은 매출액을 낼 수 있다는 롱테일법칙이 등장했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인데요.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도서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이 비인기 도서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베스트셀러는 소비자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되어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고 사라지지만, 온라인 매장에는 수 많은 비인기 도서들도 진열되어 있는 셈인데, 찾는 사람이 소수더라도 비인기 도서들의 매출액을 합하면 베스트셀러보다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그리고 온라인 구독 서비스로 소매의 형태가 진화하면서 기존 마케팅에서 외면 받던 소수 소비자들도 메인 소비자로 바뀌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단순히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보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모색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photo copyright.MUBI, Blue Bottle Coffee, yespl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