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을 실현시키는 어그테크
어그테크(AgTech)는 농업(Agriculture)에 테크(Technology)를 결합한 용어인데요. 말 그대로 전통적인 농업 분야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봇공학, 자율주행, 정밀농업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어그테크(AgTech)가 활성화되면서 스마트 팜(smart farm) 시대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왜 어그테크(AgTech)일까요? 어그테크(AgTech)는 현재 농촌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되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첫째, 기계 및 장비의 자동화가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농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농업인구의 감소와 노동인구의 고령화인데, 사람 대신 일하는 스마트한 기계 및 장비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둘째, IoT 기술을 이용한 원격 시스템으로 관리가 용이해져 노동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농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온도, 습도, 관개시설 등을 확인하여 최적화된 환경을 통제 및 자동화함으로써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농부가 육체노동이 고된 직업이라는 인식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셋째, 스마트 팜은 농산물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작물 및 가축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은 작물 병충해 유무 혹은 가축의 질병 징후 유무 등을 실시간 관찰하고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수확량 손실을 최소화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United Nations, FAO)에 의하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인구 증가에 따라 세계 식량 생산량은 약 70% 증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 노동력 부족, 생산 원가 상승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농업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고, 생산 원가를 줄이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 어그테크(AgTech)는 하나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노동력 대체, 생산량 증가, 병충해 예방 등 농업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그테크(AgTech) 관련 스타트업은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으며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그테크(AgTech)는 제한된 자원을 보호하는 데도 활용됩니다. 친환경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무분별한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한 어그테크(AgTech)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작물을 재배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잡초인데요. 생명력이 강한 잡초가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라면 누구에게나 골치거리인 잡초를 스타트업들이 어그테크(AgTech)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1년 프랑스에서 두 명의 로봇 엔지니어 Gaetan Severac과 Aymeric Barthes는 스타트업 Naio Technologies를 설립해 잡초를 제거하는 제초용 로봇을 만들었는데요.
농업용 로봇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아스파라거스 축제에 참여했을 때였다고 합니다. 한 농부가 노동 인력이 부족해 축제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충을 토로했을 때, 농업 분야에 첨단 시스템 접목이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는데 놀랐다고 합니다.
당시 IT 서비스 회사에 다니던 Aymeric Barthes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우선 모든 농부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도구가 무엇일까 고민했고, 다양한 시도 끝에 제초용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어그테크(AgTech)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와 제품 생산 기준은 명확합니다. 농부의 작업량을 줄이고, 농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농부들의 수확량을 늘리는 것인데요. 이 세 가지 목표에 부합한 결과물이 제초 로봇이었습니다.
제초용 로봇은 기계가 땅을 파서 잡초를 뿌리째 거둬내는 원리입니다. 원리는 단순해 보이지만 가치는 상당히 큽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토양을 건강하게 보전할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유기농 상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유기농 상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는데 비해, 미국 내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경작지는 1%에 불과해 많은 유기농 제품들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기농 제품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초 로봇은 생산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세 종류의 제초용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비닐하우스처럼 좁은 지역의 잡초를 제거하는 로봇 OZ, 보다 넓은 농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 DINO, 그리고 포도밭의 덩굴 잡초를 제거하는 로봇 TED입니다.
프랑스 스타트업인 Naio Technologies는 와인 종주국답게 포도밭에 최적화된 로봇 TED를 개발했는데요. 잡초를 제거하고 센서를 통해 작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병충해 발생 여부, 수분 정도, 수확시기 등 다양한 데이터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테크 분야와 달리 어그테크(AgTech)는 각 나라의 농업 환경에 적합하게 발전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포도밭 농장이 많은 유럽에서 포도밭에 최적화된 농기계들이 유럽 여러 나라에서 개발되는 것처럼요.
미국의 스타트업 Blue River Technology는 프랑스의 Naio Technologies와 좀 다른 접근 방식의 제초용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프랑스의 Naio Technologies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기계를 개발하자는 전제하에 기술개발에 들어갔고, 미국의 Blue River Technology는 제초제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미국의 Blue River Technology가 개발한 일명 ‘See & Spray’라고 불리는 제초용 로봇은 딥러닝을 이용해 잡초와 농작물을 0.02초 내에 식별하고, 불필요한 잡초에만 제초제를 분사하여 말려 죽이는 방식으로 90%의 잡초를 제거합니다.
Blue River Technology의 공동 설립자인 Jorge Heraud와 Lee Redden은 모두 어릴 적 방학 때 할아버지 농장에서 일을 도왔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농장에서 제초제가 남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농지가 광활한 미국의 농장들은 대부분 드론을 이용해 제초제를 살포하는데요. 제초제는 잡초의 내성을 강화시켜 결국 더욱 독한 농약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제초제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합니다.
2011년 설립된 Blue River Technology은 2017년 세계적인 미국계 중장비 및 농기계 회사인 John Deere에 인수되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자회사로 남아 모회사와 파트너십 관계로 일하고 있습니다.
Blue River Technology는 비록 인수 합병되었지만, 모회사의 판매망을 통해 시장접근이 용이해지고 차세대 스마트 농업 장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잡초 제거가 농장을 가꾸기 위한 기초 작업이듯, 어그테크(AgTech)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도 불과 5-6년 전으로 초기단계입니다. 선진국도 그러한데 어그테크(AgTech)라는 용어도 생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발전의 여지가 더욱 클 텐데요.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미래형 농업 발전을 위해 집중하는 멋진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 봅니다.
photo copyright. Naïo Technologies, Blue River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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