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부터 펫 사료까지, 식용곤충의 변신
영국 투자은행 Barclays에 의하면 식용곤충 시장이 2030년까지 80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식용곤충의 활용 영역이 확장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식용곤충이 건강에 얼마나 유익한가에 대한 논문들이 발표되면서 과학적 근거들과 함께 식용곤충이 슈퍼 푸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2013년 설립된 영국의 Eat Grub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Neil Whippey는 식용곤충이 건강에 좋다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18세에 크론병 진단을 받은 그는 당시 Anti-TNF라는 약물을 처방 받았는데요. TNF는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로, 이 염증수치를 낮추는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곤충 단백질을 섭취한 결과 그 이전의 10년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위스콘신대학에서 식용 귀뚜라미의 풍부한 키틴질 식이섬유가 장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실험했는데요. 키틴질 식이섬유가 장 건강을 개선하고 전신 염증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암, 우울증, 알츠하이머, 과민성대장증후군, 염증성 장질환에서 나쁜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TNF-α 및 염증 수치를 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 건강과 면역력에 좋은 bifidobacterium animalis라고 불리는 박테리아가 5-7배 증가했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Eat Grub은 곤충을 사람들이 슈퍼푸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서양 음식문화를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곤충을 이용한 밀가루 형태의 파우더, 칩스, 에너지바를 판매하고 다양한 레시피도 개발 중입니다.
초기 식용 곤충 관련 스타트업 대부분이 에너지바, 파우더, 쿠키처럼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해 판매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식용곤충 식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더뎌지면서 식용곤충을 직접 재배하는 스타트업들은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파산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2018년부터 식용곤충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동물과 펫의 사료용으로 곤충 생산 및 가공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단위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5억 마리의 애완용 개와 고양이가 매년 230억 톤의 고기를 소비하고, 2018년 미국에서는 애완동물이 미국 인구의 20%가 먹을 수 있는 양의 고기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애완동물 사료시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곤충을 이용한 반려동물용 사료 개발은 유럽의 스타트업들이 가장 활발한데요. 미국은 애완동물 사료에 곤충 성분을 배합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초 유럽 여러 나라들은 광우병 파동이 발생하면서 광우병 전염의 매개체로 알려진 동물성 사료를 가축(소, 돼지, 닭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곤충도 동물성 사료에 해당되기 때문에 닭이 살아있는 벌레를 잡아먹을 수는 있지만, 죽은 벌레는 먹일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한편 법적 제재가 없는 반려동물 사료가 스타트업의 관심 분야가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애완용 개와 고양이가 곤충을 먹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개와 고양이는 사냥 본능이 시작될 때 벌레를 잡아먹는데, 야생 고양이의 경우 섭취량의 3-5%를 곤충으로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곤충을 배합한 사료는 소화가 잘 되고 영양이 풍부할 뿐 아니라 알러지 유발도 적어 프리미엄 사료로 취급되고 있는데요, 주로 유럽의 스타트업들이 곤충을 배합한 애완동물용 사료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습니다. Protix와 같은 곤충 생산자에게 Yora와 같은 동물사료 생산자는 또 하나의 거대한 판로 개척의 대상이 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곤충 성분을 가축사료에도 배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활발하게 촉구하고 있는바, 곤충 배합 사료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식업 분야 역시 곤충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시장입니다.
UN 산하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는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양식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어류의 절반 이상이 양식으로 길러진 것이고, 그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양식한 어류의 먹이로는 주로 작은 물고기 또는 어분(어류 부산물, 기름진 생선, 곡물이나 대두의 혼합 사료)이 사용되는데, 양식 어류의 먹이를 위해 바다에서 어린 물고기까지 마구잡이로 남획한 결과 개체 수 감소, 멸종, 어획량 감소 등 수산자원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분 가격은 지난 15년 동안 4배 상승했고, 2025년에는 300만 톤의 어분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FAO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양식업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분 대신 곤충 사료가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기관들의 대단위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산자원 외에 토양자원을 지키는데도 곤충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곤충의 배설물은 영양분이 풍부하여 식물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토양을 회복하고 건강한 유기농 토양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곤충 생산 스타트업인 Ynsect는 어업용 사료와 토양 비료 등을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곤충을 먹는 것에 대한 인식은 동양인보다 서양인에게 더 낯선 일입니다. 우리는 번데기도 먹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메뚜기, 전갈, 애벌레를 먹기도 하니까요.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서양인들은 생선을 날로 먹는 스시를 혐오 식품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즐기는 음식 중 하나로 식문화가 변화했습니다. 이처럼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곤충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등등 다양합니다. 이런 당위성을 근거로 서양의 스타트업들은 곤충이 영양가 높은 식품 공급원이라고 설득하고 먹거리로 만들어 대중화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가치가 있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스타트업의 도전정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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