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트렌드를 알아야 살아남는다
뼈를 묻겠다던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불황과 기업이 어려워질 때마다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이 이뤄졌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또 한 차례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평생 나의 울타리가 될 줄 알았던 직장이 더 이상 나의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지고 이직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직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는데요.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는 미국의 이직 트렌드를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변화될지 가늠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이 2018년 베이비붐 세대(1957-1964년 출생자) 9,964명을 조사한 결과, 일생동안 평균 12.3회 이직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직 횟수가 줄었는데요. 18-24세 사이에는 5.7회, 25-34세에는 4.5회, 35-44세에는 2.9회, 45-52세에는 1.9회 이직을 했습니다.
BLS Employee Tenure Summary에 의하면, 16세 이상 근로자 60,000명을 조사한 결과 2018년 1월 기준 미국의 평균 근무기간은 4.6년으로 영국의 5년보다 짧았습니다. 연령별 평균 근로기간을 보면, 25-34세가 2.8년, 35-44세가 4.9년, 45-54세가 7.6년, 55-64세가 10.1년으로 연령층이 높을수록 근무연수가 길었는데요. 젊을수록 직장을 자주 옮긴다고 볼 수 있죠.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후 출생한 사람들을 비교해 볼 때, 갈수록 이직주기가 훨씬 빨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업별 근무기간을 보면 공공부문 근로자가 평균 6.8년으로 민간부문의 3.8년보다 길었습니다.
Indeed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을 옮기는 이유로는 높은 연봉 때문에가 51%로 가장 많았고, 상향 이동14.5%, 나쁜 직장문화 또는 상사가 싫어서가 14.5%, 유연성 9.1%, 새로운 산업분야에 대한 관심.4%, 가까운 출퇴근 거리 4.5% 등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미국인은 평균 5년 미만으로 직장을 자주 옮길 정도로 평생직장에 대한 개념이 없고 젊을수록 이직이 활발한데요. 반면, 한국은 젊을수록 평생직장에 대한 개념이 유효하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1월 잡코리아가 20대에서 40대 1,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인 53.4%가 ‘이제 평생직장은 없다’고 대답한 반면, 46.6%가 ‘평생직장 개념이 아직 유효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평생직장은 없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연령층이 40대 68.9%, 30대 58%, 20대 51%로, 연령층이 낮을수록 평생직장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잡코리아가 2020년 7월 직장인 남녀 1,3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장 이직할 생각은 없지만 더 좋은 기회가 오면 이직을 검토할 의향이 있는 ‘잠재적 이직자’가 56.9%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외국계기업(63.1%), 대기업(62.8%), 중소기업(55.6%), 공기업(53.9%) 순으로 잠재적 이직자 비율이 높았습니다.
인크루트가 2020년 1월 직장인 남녀 1,8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이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첫 직장 퇴사 이유로는 대인관계 스트레스(15.8%), 업무 불만(15.6%), 연봉 불만(14.6%) 순이었고, 두 번째 직장 퇴사 이유는 업무 불만(14.8), 연봉 불만(13.6%), 대인관계 스트레스(10.4%) 순이었습니다. 첫 직장은 사람 때문에 직장을 떠났다면, 두 번째 직장은 일에 치여 퇴사한 것으로 인크루트는 해석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반적인 이직 사유는 비슷하지만, 이직을 결정할 때 미국인은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능동적 가치에 비중을 둔다면, 한국인은 싫은 요인을 회피하기 위한 수동적 이유로 직장을 옮기는 경향이 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장기 근속자와 잦은 이직자 중 외국기업은 어떤 사람을 더 선호할까요? 세계 최대 HR 솔루션 회사 중 하나인 아데코그룹(Adecco Group)의 인재채용분야 최고 책임자는 3-5년마다 다른 업무를 하며 역할을 바꾼 사람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계속 한 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결코 바람직한 인재가 될 수 없다며, 변화에 대한 열린 태도와 지속적인 학습 욕구 등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회사는 5년 이상 근무한 회사가 두 곳 이상이어야 한다고 채용공고를 내는가 하면, 테크놀로지나 광고 분야는 시장변화에 발 맞추기 위해 잦은 이직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산업분야마다 선호하는 근속연수의 기준은 다르지만, 한 곳에서 5년동안 근무했다면 오래 있었다는 것이 미국 사회의 공통된 인식인 것 같습니다. 한국 30대 대기업의 평균 근속 연수가 10.7년인 것과 대조적이죠. (아래 도표 참조)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한 직장에 너무 오래 있어도 너무 짧게 있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장기간 근무하면 편한 직장에 안주하여 도전하지 않는 무능력자로, 그리고 단기간 근무하면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잡호퍼(job hopper)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이직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죠.
현재 시가 총액 최고를 달리는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20년 전만해도 주목 받지 못하거나 아직 설립되지도 않은 기업들이었습니다. 산업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영원한 기업도 영원한 직장도 사라지는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하나의 직장 혹은 하나의 직업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https://www.bls.gov/news.release/pdf/nlsoy.pdf
https://www.bls.gov/news.release/pdf/tenure.pdf
https://www.bbc.com/news/business-38828581
http://www.jobkorea.co.kr/goodjob/Tip/View?News_No=18194&schCtgr=0&Page=1
https://www.indeed.com/career-advice/finding-a-job/job-switching
http://people.incruit.com/news/newsview.asp?gcd=10&newsno=4437919
http://m.hani.co.kr/arti/economy/working/839419.html#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