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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ture Job Aug 09. 2020

주방이 사라지는 시대, 배달업체의 무한변신

디지털 편의경제 시대의 데이터 전쟁

| 음식 배달 서비스 DoorDash


우리는 디지털 편의경제(Convenience Economy)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편의경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 원하는 방식, 원하는 위치 등 고객이 편리하게 통제할 수 있는 서비스 경제를 말하는데요. 특히 온라인 측면에서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가 온라인을 타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 경제를 통칭하여 디지털 편의경제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 배달 앱이 고객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찾아가면, 고객은 몇 번의 버튼 터치로 편리하게 식사를 주문하고, 신속하게 음식이 배달되는 형태입니다.



디지털 편의경제가 가속화됨에 따라 2030년이면 온라인으로 주문한 음식이 식재료를 구입해서 조리한 집밥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스위스 투자은행인 UBS의 2018년 보고서, ‘Is The Kitchen Dead?’). UBS는 온라인 주문 식품시장이 2030년까지 3,650억 달러로 지금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온라인 배달 및 테이크아웃, 온라인 식료품 배달, 밀키트(meal kit) 온라인 주문 등이 증가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현상은 향후 집에서 부엌 공간이 좁아지거나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았습니다.


음식 소비 형태의 변화를 기성복의 등장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옷을 집에서 만들어 입다가 대량 생산 기술의 발달로 질 좋은 기성복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집에서 옷을 만들지 않게 된 것처럼, 맛과 위생이 보장된 배달음식이 집밥을 만드는 것보다 가성비가 높다면 굳이 집에서 밥을 만드는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죠. 로봇팔을 이용한 기계화 및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빠른 배송만 동반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죠.



편의경제(Convenience Economy)에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빠른 배송일 텐데요. 2013년 스탠포드대 학생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도어대시(DoorDash)는 디지털 편의경제 시대에 마지막 단계의 물류를 책임지겠다는 목표로 설립되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처럼 음식배달 서비스로 시작한 DoorDash는 현재 미국 음식배달 시장 점유율 45%로 우버이츠(UberEats 28%) 및 그럽허브(Grubhub 17%)와 큰 격차를 벌이며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Edison Trends, 2020년 4월 거래 기준)



| 공유주방 DoorDash Kitchens


음식 배달 서비스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9년 10월에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Redwood City, California)에 공유주방 DoorDash Kitchens을 오픈했습니다. 기존의 공유주방과는 좀 다른 형태인데요. 유명 레스토랑 체인에게 임차인으로 들어올 것을 먼저 제안했다는 점, 그리고 후미진 뒷골목이 아니라 눈에 잘 띄는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출처: DoorDash 홈페이지>


먼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명 레스토랑에 전략적으로 접근했습니다. DoorDash 앱 사용자들이 자주 검색하는 메뉴 품목 중, 해당 지역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으면서도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를 분석 및 선정하여 공유주방에 들어올 것을 먼저 제안한 것이죠. 프랜차이즈 업체가 번화가에 비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하여 오픈하기에는 리스크가 크지만, 소비자가 어느 정도 확보된 지역에서 번화가에 위치한 공유주방을 이용한다면 적은 투자 비용으로 홍보도 되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으니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 되는 것이죠.


공유주방 인프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주문처리, 픽업, 배달, 청소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공유주방 사용업체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만 투입하면 됩니다. KFC의 아성을 무너뜨린 칙필레(Chick-fil-A)를 비롯한 몇몇 체인업체들이 DoorDash Kitchen을 이용하는데, 1층에서 DoorDash Kitchen 직원 한 사람이 이 업체들의 테이크아웃과 배달 데스크를 공동으로 관리합니다.



▌음식 배달에서 편의점 배달로 확대



코로나19로 음식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음식배달 업체들도 타격을 입었지만, DoorDash만 유일하게 승승장구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성장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음식 배달에서 편의점 배달로 발빠르게 영역을 확장한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세븐일레븐, WaWa, Casey’s, 서클K, Postmates, Walgreen등 편의점, 약국체인 등 식당이 아닌 매장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2,500개 이상의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식당 음식 배달은 감소했지만 편의점 배달이 증가하면서 사업 악화를 방지할 수 있었죠.



▌유령마트 Dash Mart


<출처: DoorDash 홈페이지>


DoorDash는 편의점 배달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0년 8월 디지털 편의점을 만들었습니다. 식료품, 반려동물 사료,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 냉동 육류, 아이스크림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품 2,000가지를 선별하여 30분 이내에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매장은 없고 창고만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창고 직원이 물건을 찾아 장바구니에 넣어 배송 직원에게 넘기는 구조입니다.


주문 처리 및 배송 서비스를 너머 물건을 직접 사고파는 소매업의 주체로 또 한 차례 변신했는데요.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의 도입이 과연 어떻게 정착될지 기대됩니다.


<출처: DoorDash 홈페이지>


DoorDash가 빠르게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빠르게 활용했기 때문인데요. DoorDash는 단순 배달업체가 아닙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산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즉, 요식업과 소매업의 주체가 식당과 마트가 아닌 데이터를 가진 자에게 쏠리도록 말이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주춤하는 요즘 DoorDash는 지난 6월 시리즈 H 투자로 4억 달러(약 4,800억 원)를 유치했는데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가치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활 속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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