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알고 트레이더’, 연봉은 얼마나 될까?
Q1.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AM 5:00 기상 및 운동
AM 7:00 출근
7 시에서 1초라도 늦으면 팀 동료들에게 점심을 사야 한다. 60만원 정도 나오기 때문에 모두들 출근 시간보다 일찍 가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아직 늦은 적은 없다.
AM 7:00 – PM 6:00 업무시간
호주 주식시장이 열리는 7시(홍콩기준) 부터 인도 주식시장이 닫히는 6시(홍콩기준) 까지가 나의 공식적인 업무시간이다.
일이 끝나면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라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고 해소하려고 노력한다. 퇴근 후에는 친구와 저녁을 먹기도 하고 요가를 하기도 한다. 업무의 특성상 여러 마켓을 동시에 보고 때로는 초 단위 시간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은 본의 아니게 동료에게 소리질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오해하지 않도록 가볍게 술 한 잔씩 하며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또한 일주일에 2번씩 중국어를 배우고 주말에 하루는 업무관련 공부도 하면서 자기계발 시간을 갖는다.
Q2. 주말에도 일의 연장선이라니, 일벌레인가?
아직 미숙한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다. 지금 직장이 내 적성에 잘 맞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더 잘하고 싶다. 아무래도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더 노력 하는 부분도 크다.
고객 관리를 위해서도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높은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곧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은 직원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트레이딩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알고리즘이 더 적합한지 체크해서 알려주는 일이 있는데, 전달방식은 각각 다르다.
주식가격 등락이 심할 경우, 어떤 사람은 한 줄로 간단하게 써서 통보하듯 알리고, 어떤 사람은 고객이 먼저 연락할 때까지 연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는 주가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나름대로 정해놓고 그 범위를 넘으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알람을 설정해 놓았다. 알람이 켜지면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주가등락 이유를 내 나름대로 분석해서 설명한다. 필요할 땐 리서치도 읽어 보고, 애널리스트와 상의해서 그 이유를 더 자세하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손님들이 자주 매매 하는 주식들은 따로 메모해 놓는다. 그런 주식들을 매매가보다 좋은 가격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 체크 하고, 고객이 매매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관련 뉴스를 기억하고 분석자료를 업데이트시켜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시간을 다투며 고객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시간 외에도 평소에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매번 주식시장 상황이 다르고, 반응도 다르고, 알고리즘은 계속 발전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일을 잘하기 어렵다. 다행히 새로운 걸 배우기 좋아하는 나와는 잘 맞는 직업인 것 같다.
Q3.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직업인 줄 몰랐다. 컴퓨터만 들여다보면 되는 줄 알았다.
나는 고객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고객이 요구하지 않아도 새로운 알고가 나왔거나 퀀트 리서치 정보가 나오면 알려주기도 하고 고객의 트레이딩 실적(TCA)을 분석해 제공하기도 한다. 고객이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클라이언트가 나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클라이언트에게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신뢰로 쌓여 큰 고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Q4. 현재 홍콩에서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데 한국인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나?
홍콩은 개인적으로 나와 잘 맞는다.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허브답게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중국 대륙에서 온 사람들도 많고 한국, 일본, 미국, 영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다양한 문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K-Pop 덕분인지 홍콩에서 한국인의 이미지는 아주 좋다.
Q5. 외국계 금융회사 연봉은 얼마나 되나?
일반적으로 초봉은 8천만원에서 1억 정도다. 그리고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있다. 보너스는 팀 성과와 개인 성과에 따라 다르다.
Q6.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노무라증권에 입사했다.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금융인들이 월스트리트를 떠났다. 내 책상의 앞뒤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며칠 사이로 한 사람씩 사라졌다. 나도 첫 직장 생활 2주만에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했다.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런 경험이 나를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런 단단함이 인생을 살면서 직면하는 또 다른 위기상황들을 극복해내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
Q7. 일을 후회한 적은 없나?
금융업이 내 적성에 맞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지만 회의감을 느낀 적도 있다. 주식 리서치 세일즈를 약 5년 정도 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금융 쪽 일을 포기할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
되돌아보니 중요한 건 현재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런 경험들이 훗날 살아가는데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릴 적 한두 마디씩 했던 중국어가 중국과 대만 고객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영어권 이상으로 내 커버리지 영역을 넓혀 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세일즈 경험은 주식시황을 technical analysis를 넘어 fundamental analysis까지 안목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고, 트레이딩 볼륨을 결정하는 헤지펀드 매니저와의 소통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잠들기 전 오늘 하루 잘살았는지 점검하는 습관이 있다. 실수투성이 날이 대부분이고 완벽한 날은 정말 드물다. 설령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인정받는 날도 오고, 그러면서 발전해가는 것 같다. 인간관계도 그러하고 경험도 그렇다. 의미 없는 경험, 의미 없는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인터뷰: 나혜린, 맥쿼리홍콩 주식알고트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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