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직업을 만들다!
‘디 아트 오브 더 브릭(The Art Of The Brick)’ 전시회에 다녀왔다. ‘레고’라는 말에 어린이를 위한 전시회인 줄 알았다. 아이를 데리고 아무런 기대 없이 찾아간 전시회. 그런데 단순한 레고 브릭 전시회가 아니었다. 작품이었다. 그것도 예술작품. ‘이렇게 멋진 조형작품을 장난감 레고 브릭으로 만들었다니’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실 나는 예술에 문외한이다. 예술작품을 부유한 사람들의 사치품 정도로 생각할 만큼. 그런 내가 본 레고 브릭 작품은 아름다웠다.
‘CNN이 선정한 꼭 봐야할 세계 10대 전시회’, ‘뉴욕의 유명 로펌 변호사에서 브릭 아티스트로 변신’이라는 현혹적 문구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 전시회가 나에게 가치 있게 느껴지는 건 ‘사소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 때문이었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세계 최초의 레고 브릭 아티스트’라는 문구.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한 네이선 사와야(Nathan Sawaya)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그는 원래 잘나가는 변호사였다. 변호사로 일할 때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는 게 그가 변호사를 그만둔 이유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브릭 아티스트가 되고야 말겠어’라는 비장한 각오를 한 것도 아니다.
일반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릴 적부터 가지고 놀던 레고 장난감을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가지고 놀만큼 좋아했다는 것이다. 대학 기숙사에 갈 때도 레고를 가져갔고, 로펌 일이 끝나면 운동이나 동료들과의 술 한 잔 대신 집에 가서 레고 브릭으로 시간을 보냈다.
5세 때 레고 장난감을 처음 알게 되면서부터 레고 브릭은 그의 일상이 되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거의 30년 동안 하루하루 그렇게 스스로를 브릭 예술가로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시회를 감상하다보면 실물과 같아서 브릭 조각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잊게 된다. 네모난 브릭 조각이 만들어낸 부드러운 곡선미, 크레용의 벗기다만 얇은 껍질의 섬세함, 진짜 공룡 뼈를 옮겨놓은 듯한 현실감, 인간의 건강한 근육질 등 레고 조각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처음엔 특수 제작한 브릭이거나 브릭 조각을 자르고 붙여서 표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사용한 브릭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평범한 레고 장난감 브릭 그대로였다. 2007년 첫 전시회에서 그가 역점을 둔 것도 단순한 장난감이라는 인식을 격상시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소한 브릭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전시된 작품마다 설명란에 몇 개의 브릭을 사용했는지 조각 수가 명시되어 있었다. 하나의 작품에 10만개 이상의 브릭을 사용한 거대한 조형물들도 있었다. 그것도 설계도 없이 오롯이 상상력과 스케치만으로.
그가 설계도 없이 상상만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어릴 적 강아지를 갖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강아지를 안 사주셨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레고 브릭을 모두 해체해 상상만으로 강아지를 만들었는데, 그 무렵부터 자기만의 설계 노하우를 쌓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부터 커다란 조형물을 만든 것도 아니다. 취미로 작게 만들기 시작한 레고를 변호사 시절 만든 개인 웹 사이트에 올린 사진을 보고 제작 주문이 들어오면서 계속 만들다보니 조금씩 크게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결국,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세계 최초의 레고 브릭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개척하고,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연간 전시회 스케줄이 계속 잡힐 만큼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오랫동안 끊임없이 상상하고 연습해온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를 직업 삼아 돈까지 벌 수 있기를 꿈꾼다. 그러나 실력 없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든 것이고,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내가 만드는 것처럼 하루하루‘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나의 미래 직업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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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네이선 사와야(Nathan Sawaya)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