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인구 천만시대...
반려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다. 용어도 언제부턴가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바뀌었다. 사람의 일방적 즐거움을 위한 장난감 완구 같은 존재가 아니라, 정서적 교감을 통해 상호 소통하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1인 가구 증가,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인구 천만 명 시대가 되었다. 선진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비중은 미국 68%, 영국 47%, 일본 34%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약 22%의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2020년이면 반려동물 시장규모가 6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5년 동안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연간 15%씩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반려동물 관련 직업은 직업 분류도 체계적이지 않고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도 완비되지 않은 실정이다. 퓨처잡이 반려동물 관련 직업 중 한국에서는 아직 흔치 않은 직업들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첫 번째로 소개할 직업은 ‘반려동물 행동 카운슬러’이다. 반려동물이 문제행동을 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어떻게 다루어 교정하는지 해결방법을 알려주는 직업으로,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인 ‘개통령’ 김형욱 씨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들을 보며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한국에는 아직 반려동물 행동 카운슬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많지 않다. 반려동물 행동 카운슬러가 되기 위한 전문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김형욱 씨의 이력이 참고가 될 것 같아 소개해 본다.
호주 경비견 훈련센터(Australia Guard Dog Training Centre), 멜버른 반려견 훈련센터 (Melbourne Pet Dog Training Centre)에서 훈련사로 활동했으며 일본 마쓰다 반려견스쿨(Masuda Dog Training School), 노르웨이 앤릴 반려견스쿨(Anne Lill Kvam Hunde Skole)에서 연수를 받았다. (그의 저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 저자 소개 중에서)
현재 한국은 일반적인 훈련을 시키는 조련사 혹은 대회 출전을 목적으로 훈련시키는 도그 핸들러들이 반려견 행동카운슬러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지만, 선진국들을 볼 때 우리도 반려동물을 훈련시키는 직업이 향후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군견, 경찰견, 119 인명구조견 등을 훈련시키고 싶다면 먼저 군인, 경찰, 119대원이 되어야 한다. 각 기관에 소속된 사람만이 훈련시킬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약탐지견에 관심 있는 사람은 국세청 산하 탐지견훈련센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훈련에 관심 있는 사람은 삼성화재에서 운영하는 안내견학교에 취업 지원을 해볼 수 있겠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민텔(Mintel)에 의하면 반려동물 주인의 72%가 본인이 기르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79%가 음식의 품질도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주인들은 자기가 기르는 반려동물에게 맛, 영양, 원료 등을 고려한 품질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직 사료 생산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어떤 원료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 사료에 비만, 당뇨, 암을 유발시키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사료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만 간다. 이런 이유로 안전한 사료를 만드는 일과 관련된 직업들이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사료 생산업체들은 사료를 직접 맛보고 재료와 성분을 평가하는 ‘사료 시식가(pet food tester)’를 채용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영양과 건강에 좋은 식품을 연구 개발하는 ‘반려동물 영양관리사’가 반려동물카페 등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해 만든 신선한 반려동물 음식을 집까지 배달해 주는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이들은 다이어트 식단처럼 애견의 영양상태와 기호에 따른 맞춤형 도시락까지 만들고 있다.
수의사의 업무를 돕는 ‘동물병원 간호사’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하나의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동물병원 이용 횟수도 증가하고 보다 전문적 지식을 갖춘 간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아픈 동물을 돌보는 직업으로 ‘반려동물 간병인’도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질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들면 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먹이(유동식), 배설, 보행(보조기구) 등을 돕고, 동물의 스트레스 관리와 마사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건강한 반려동물을 돌보는 직업으로는 ‘반려동물시터’가 있다. 주인이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 주인 대신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을 한다. 먹이를 주고 배설, 운동 등 반려동물 생활 전반에 대한 도움을 준다. 반려견이 있는 가정에 직접 가서 돌볼 수도 있고 애견호텔, 애견유치원 등에서 일할 수도 있다. 영국에는 하루에 1시간씩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도그워커(dog walker)’가 제법 높은 소득을 벌수 있는 인기 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동물 전문변호사’나 ‘반려동물 장의사’와 같은 전문직종도 생겨났다.
미국이나 영국은 동물에 대한 법적 규정이 있기 때문에 동물변호사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 수의사와의 분쟁, 동물 학대, 사료 분쟁, 집주인과 임차인 분쟁 등 사건 내용도 다양하고, 고객도 개인부터 동물보호단체, 반려동물 관련 업체, 사료생산업체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미국에는 주인이 사망하면 혼자 남겨질 반려동물을 위한 유산상속을 반려동물 전문변호사에게 위임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식도 생기고 있다. 소중한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정성스럽고 경건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에는 사체 염습부터 납골당까지 장례식을 주관하는 반려동물 장의사라는 직업도 생겼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면서 대학에 반려동물 관련 학과도 개설되고 민간교육자격증도 생기는 추세이다. 아직 우리에겐 생소한 직업들이 많지만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처럼 관련 직업들이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제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직업을 선택할 때 단순히 ‘동물을 좋아하니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만큼 주인들의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마인드는 물론 생명을 돌보는 일인 만큼 책임감과 프로의식이 반드시 필요한 직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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