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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퓨처플레이 FuturePlay Mar 11. 2022

창업가로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정거장

FP In-sight 송종화 리드_인생에 지름길은 없다

퓨처플레이의 In-Sight 전달하는 연재 시리즈 'FP In-Sight' 
퓨처플레이 member들의 스타트업 씬과 업(業)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활짝 오픈합니다.

이번 주 In-Sighter는 퓨처플레이 Business Development Team의 송종화 리드입니다.



“나는 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대학교 4학년 2학기가 끝나는 시점 들었던 나의 고민이다. 화학과 교수가 되겠다며 세계 1위의 화학과에 발을 들였지만, 도저히 나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러던 중 마지막 학기 작문 수업에 제출한 과제를 본 교수가 내게 과학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데 소질이 있다는 코멘트를 전해줬고, 이 말은 내가 교수가 아닌 새로운 길을 가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야간에 불켜져 있는 버클리의 Doe Library  (막상 저긴 일찍 닫는다는...)


마침 운이 좋게도 삼성 미국 연구소에서 오픈이노베이션 관련 애널리스트를 구하고 있었는데, 채용 조건이 나와 딱 맞았다. 한국어, 영어 원어민인 이공계 학부 출신, 글 잘 쓰고 한문을 읽고 쓸 줄 알면 플러스. 중학교 6차 교육과정의 마지막 희생양이었던 나는 엄청난 한국식 스파르타 교육을 받았는데 이게 나의 차별점이 될 줄이야. 그렇게 입사한 미국 삼성 오픈이노베이션에서 1년 간 외신 뉴스와 경쟁사 기술 동향 자료를 정리하고 경영진을 위한 다양한 스타트업, 투자 리포트를 만드는 업무를 하다보니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이런 일로도 돈을 벌 수 있구나”


관심있는 산업을 공부하고 그걸 남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재가공하는 작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동시에 일도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또 다른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브라운대학교 공과대학에 진학했다.          



큰 ‘문제’를 풀기 위해 동료들과 힘을 합치다


나는 이공계 출신들을 모아 창업가를 키우기 위해 Technology to Market(TTM) 방법론을 가르치는 Program in Innovation Management and Entrepreneurship(PRIME)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여기서는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아이템을 선정하고 디벨롭한 후, VC들이 배석하는 자리에서 투자 심의 형태로 졸업심사를 진행했다.


Gaming Therapy Liaisons (GTL)  스타트업 창업팀 멤버들과 함께 브라운 교문에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창업을 위해 빌딩된 팀은 의료물리학과 칠레인, 전자공학과 중국인, 경영학과의 벨기에인 친구들로 구성됐다. 우리는 반신마비 아동을 위한 재활치료 솔루션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모였고, 서로에게 큰 시너지가 됐다. 당시 우리 팀의 연구 결과, 7~12세의 아동들에게 필요한 건 '동기 부여'와 '친구들과 함께 게임하는 것'이었고 재활치료사는 보험 증빙을 위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나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열정적인 콘솔 게임광이었다. CTO 역할을 맡아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고 상용 게임기와 호환되는 동작 센서 기반 컨트롤러와 컨버터 박스를 기획하여 프리토타입을 개발했다. 졸업 심사는 성공적이었고, 여러 VC에서 투자를 구두로 약속했다. 하지만 전원 유학생인 우리 팀은 비자를 지원해 주는 각자의 커리어를 찾아 갔고, 다른 팀 미국인 친구가 넘겨 받은 사업은 안타깝게도 중간에 증발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스타트업과의 인연은 계속된다



나는 졸업식을 앞두고 여자친구가(지금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계시는) 기다리고 있는 실리콘밸리로 돌아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컨설팅 회사 취직을 알아보고 있었다. 학생 비자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삼성에서 같이 일했던 부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졸업할 때 된 것 같은데 뭐할거야?”

“Bay Area에 돌아가서 취직하려고 해요. 컨설팅 쪽을 알아보고 있어요.”

“나 이번에 여기서 Open Innovation Center에서 투자팀장 맡았으니 여기 와.”


그렇게 나는 2011년 6월 여름, 졸업 즉시 이사를 했고 삼성 Open Innovation Center(OIC)에서 전략 투자그룹에 투자애널리스트/심사역으로 재 입사를 했다. 


OIC에서 근무 중 미팅하러 온 Drake님과 우연히 함께 탁구를 치고 (내 얼굴을 앞으로 자꾸 밀었던...)


말이 심사역이지, 실제 업무 범위는 엄청나게 넓었던 것 같다. 처음 세일즈포스를 도입해서 Deal Pipeline 관리 툴을 구축해야 되어 admin 역할을 맡고, 팔자에도 없던 코딩을 공부하고 팀에서 보기 편하게 대시보드를 개발하고, 좀 세팅되고 나서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술을 평가하고, 투자심의서를 작성했다. 여기에 애널리스트 역할도 있어 모바일 OS에 관한 경쟁사 동향 분석, 본사 전략 방향 제안 등에 대한 보고서도 작성했다.


OIC에서 내가 가장 감명깊게 배운 점은 몇 가지가 있었다.   


1. 미팅과 프레젠테이션은 유쾌해야 한다. 

2. 남을 웃길 정도로 자료를 각색하지 못하면 내용을 이해 못한 거다. 

OIC에서는 기존 보고했던 내용을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준으로 각색하게 했다. 

전 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래와 랩을 섞어 가며 모바일 OS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그 이후는 상상에 맡기겠다.

3. 당시 나의 팀장님의 조언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일일 보고를 쓰며 나의 근태를 스스로 되돌아보게 됐다.

큰 그림 많이 그렸으니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부서에 가 보라 했다. 

일에는 귀천이 없고 업무의 밑바닥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3년 반 후 나의 마지막 영혼까지 끌어 연장한 취업용 학생 비자는 만료됐고, 지금의 와이프님과 혼인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합법적인 인간으로 남기 위해 귀국했다. 다음 행선지는 관련 업계 사람이 아니면 알기 힘든 국내 상위권 반도체 중소기업이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입사해 개발부서에서 스타트업으로 치면 PO 업무를 부여받았다. 


마이크로컨트롤러라는 생소한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대학 원서를 3개월 동안 3권 정도 완독했고,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구시대의 기술인 리모컨 제품 담당을 했다. 맨날 새로운 것만 보던 내가 하던 일과는 정반대의 일이었다. 리모컨에 대한 기술 자료는 인터넷에도 나오지 않았다.


2017년 미국 라스베가스 CES에 참가했을 당시 (전시물품, 포스터, 티셔츠 전부 내 손을 거쳤다)


당시 나는 우리 회사 제품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온 세계의 전시회를 찾아가며 미팅을 추진했다. 내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있다면 수량에 관계없이 닥치는 대로 만나고, 그들과 함께 솔루션을 고민하여 블루투스 통신을 정품인증에 사용하는 무선충전 패드, 50,000개의 응원봉을 동시에 개별 제어하는 통신 시스템 등을 고객과 함께 구축하곤 했다.


그렇게 7년 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었다. AI 반도체에 대한 기획을 하면서 코로나19로 변한 세상을 보니, 나도 이 세상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서 변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퓨처플레이에 지원하여 입사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처음 퓨처플레이에 지원했던 포지션은 '신사업 기획' 파트였다. 직접 신사업을 기획하며 나중에 창업을 하는 데에 기반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고 2차 면접을 보게 됐다. 그런데 2차 면접 중 당시 비즈니스 그룹의 그룹장이셨던 원규가 나에게 “종화와 얘기를 해 보니까 신사업기획 업무 재미없으실 것 같은데, 혹시 사업개발 해 보실 생각은 없을까요?”라는 한 마디를 던져주셨다. 나는 홀리듯 “좋습니다” 대답하고 사업개발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디타워를 떠났다. 그렇게 퓨처플레이 오퍼 레터를 받고, 팀 리드 포지션을 맡게 됐다. 


퓨처플레이에서 사업개발팀 리드로서 업무를 하다보면 다양한 고객사들과 만나며 수많은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인상적인 건 기대 이상으로 업계에서의 Pain Point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 그룹의 일만이 아닌 투자 그룹(IG), 휴먼 액셀러레이션 그룹(HG), 뉴 이니셔티브 그룹(NG) 등 다앙햔 팀이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한 고객과의 기회를 찾아보고 있다. 애초에 기업가란 기회를 포착하고 사업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닌가?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온 현재가 오히려 향후 내가 만들 미래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꿈은 나와 같은 고등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보듬어 키워줄 수 있는 교육 재단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루만 총을 내려놓으면 안 되겠습니까?” 한 마디로 모국의 내전을 종전시킨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축구선수 Didier Drogba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나는 결국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그 답은 사업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명확한 그 답을 찾기 위한 시기라고 생각해 퓨처플레이에서 열심히 내 역할을 다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지난 날을 돌이켜 보니, 나도 이런 사람으로 성장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퓨처플레이는 내가 창업자로 독립하기 전에 거칠 마지막 정거장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송종화 Jake Song

• 어보브반도체 마케팅 팀장

•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기술 자문위원 (IoT)

• 삼성전자 OIC 투자 애널리스트

• 삼성전자 US R&D Center 애널리스트

• 브라운대학교 Innovation Management and Entrepreneurship 석사

• UC 버클리 Chemical Biology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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