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쉐아르 Sep 29. 2018

Horowitz in Moscow (1986)

내가 사랑하는 음반

좋아하는 음반에 대한 글을 적습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건 아니에요. 소개된 음반이 소위 명반은 아닐 수 있습니다 ^^


대학생이 되어 열심히 알바를 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드디어 갖고 싶었던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했습니다. 인켈에서 나온 지금 기준으로는 무척 아쉬운 성능이지만, 그럼에도 이 시스템으로 음악을 참 즐겨 들었습니다. 클래식을 들어보자는 생각도 그때 했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도 여러 장 구입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음반입니다. 당시에는 LP였죠. 아마도 음악 잡지의 소개를 보고 구입했을 겁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rdimir Horowitz)는 피아노계의 황태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한 세대를 풍미한 음악가입니다. 그는 1903년 러시아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유한 집안이었지만, 러시아 혁명을 통해 그의 집안은 모든 재산이 몰수되었고 호로비츠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연주를 해야 했습니다. 21살 베를린으로 피아노 유학을 떠날 때 그는 다시는 러시아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84세의 노구를 이끌고 모스크바에서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러시아를 탈출(그는 그렇게 생각했겠죠)할 때 국경수비대원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너의 조국을 잊지 말라.' 그 말을 기억했는지, 이 음반은 완전 감성 충만입니다. 연주곡목은 호로비츠가 즐겨 연주했던 스카를라티, 스크리아빈, 모차르트,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쇼팽 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8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건반은 경쾌하고 힘찹니다. 그때 보여줬던 다른 연주들에 비해 이 공연이 훨씬 뛰어났다고 합니다. 고향 사람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후에 모스크바 시민들이 박자를 맞추어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데 왜 그런지 이해됩니다. 가끔 기침 소리도 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공연장이 좋은지 피아노의 울림이 좋아 감상이 즐겁습니다.   


모든 곡이 좋지만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곡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Traumerei)입니다. 앙코르 곡으로 연주되었는데, 음반에는 13번째에 담겨 있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라디오 방송국이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곡을 들려주었다고 하지요.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곡입니다. 호로비츠 하면 트로이메라이가 연상될 정도로 즐겨 연주하던 곡이기도 하지요. 61년 만에 돌아온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트로이메라이는 모든 사람을 울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공연을 소개한 뉴욕타임스 기사는 "Many Cry Openly"라고 적었네요. 감사하게도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있습니다.  



그때 산 LP는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CD를 리핑한 디지털 파일로 듣지만, 가끔 LP를 꺼내 듣기도 합니다. 공연 당시 호로비츠의 나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음반이 더 좋아집니다. 지금도 이 음반을 들으며 글을 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느림의 미학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