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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9번 교향곡 - 푸르트벵글러

내가 사랑한 음반

by 쉐아르
Furtwangler, Bayreuth 1951.jpg


지금까지 인류는 여러 장르에서 수없이 많은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제가 좋아하는 음악도 많지요. 그런데 그중 하나의 음악만 고르라고 한다면, 만약 무인도에 홀로 남겨지며 한 곡만 고르라고 하면 (고민은 하겠지만)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고를 겁니다. 물론 뛰어난 작곡가도 많고 뛰어난 작품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음악이 가진 장점들을 모아 결정체를 만든다면 베토벤의 9번이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9번 교향곡이 발표될 때 베토벤의 귀 상태는 아주 심했습니다. 거의 들을 수 없었죠. 1800년 무렵부터 귀가 안 좋아졌는데, 9번 교향곡이 완성된 1824년(혹은 1823년)에는 이 곡을 연습하는 오케스트라나 가수들의 연주를 들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9번의 구상부터 완성까지 30년이 걸렸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아직 귀에 문제가 없을 때 시작해서 자살을 결심하고 음악으로 인해 다시 살아갈 희망을 가졌던, 그리고 귀는 들리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 선율을 만들어냈던 그 시간을 관통하여 베토벤의 머리 속에 9번이 머물러 있었던 겁니다. 그의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지요.


사람마다 9번 교향곡에 대한 느낌이 다르겠지만, 제가 느끼는 감정은 숭고함입니다. 첫 악장의 조용한 도입에서 장엄한 첫 주제가 나오는 부분에선 뭐랄까 우주의 시작을 알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어지는 멜로디는 때로는 서정적이고 때로는 격정적입니다. 3악장에선 꿈꾸는 듯한 분위기도 느낍니다. 4악장 성악 부분의 시작은 신나기까지 하죠. 전체적으로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9번 교향곡을 들으며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명연주도 많습니다. 제가 가진 음반만 해도 10개는 넘습니다.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푸르트벵글러의 1951년 바이로이트 실황을 선택하겠습니다. 이 음반을 꼽는 사람이 많고, 나치에 협력했던 푸르트벵글러의 이력도 있고, 녹음 음질도 안 좋고... 제 성격에 애써 피할 법도 한데 그럼에도 푸르트벵글러의 51년 실황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다른 연주가 좋은 음악을 듣는 느낌이라면 이 51년 녹음은 감정이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성악가들의 연주도 좋고요. 많은 이들이 이 음반을 추천하는 이유가 이해됩니다. 그렇기에 저도 종종 이 음반을 꺼내서 듣게 됩니다.


참고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일단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 전집은 음질이 안 좋습니다. 51년 연주만 해도 헤드폰으로 듣기에는 괴로울 정도의 음질입니다. 가장 무난한 전집은 밑에 보이는 카라얀 전집입니다. 모든 집에 이 전집 하나씩은 있지 않나요? ^^ 개인적으로 반트의 전집을 좋아합니다. 가장 품격있는 연주라 생각됩니다. 뭐 사실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은 못합니다. 또 제가 못들어본 연주도 너무 많아요. 그냥 반트에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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