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음반
쇼팽의 녹턴(야상곡)은 많이 알려진 음악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녹턴 2번 (쇼팽 작품번호 제9-2번)의 경우 연주도 많이 되고,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되어 귀에 익숙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녹턴의 매력은 멜로디가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또한 분명하게 들린다는 겁니다. 왼 손 부분이 강조되지 않아 멜로디가 부각된다고 할까요?
쇼팽은 워낙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해서 녹턴의 경우도 좋은 음반이 많습니다. 루빈스타인의 음반이 대표적이고, 아라우나 폴리니, 피레스 등 가지고 있는 음반도 여럿입니다. 그런데 녹턴을 100번 들었다면 그중 90번 이상 상송 프랑수아의 연주를 듣습니다. 가장 끌립니다. 프랑수아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기도 하고요.
프랑수아는 프랑스의 피아니스트입니다. 역시 천재였습니다. 두 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서 첫 콘서트를 5살 때 열었다고 하네요. (음악계에는 왜 이리 천재가 많은지 궁금합니다.) 가르치기는 참 힘들었다고 하네요. 2차 대전이 끝났을 때 프랑수아의 나이는 21세로 한창 활동할 때였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했습니다. 쇼팽을 비롯해, 라벨이나 드뷔시처럼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을 자주 연주했고, 좋아하지 않는 작곡가의 곡은 아예 연주를 안 했다고 하네요.
이 사람의 연주를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 다른 연주자와 비교를 할 수 없는데, 프랑수아의 연주는 꿈꾸는 느낌이 듭니다. 곡이 어떻게 흘러갈 건지 예측하기 힘든 느낌이랄까. 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It must be that there is never the impression of being obliged to play the next note." 해석하자면 '다음에 어떤 음을 꼭 쳐야 한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흘러가되 언제든 멈출 수 있는 느낌을 프랑수아의 연주를 듣다 보면 받게 됩니다. 녹턴의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사진 속 음반은 1959년과 1966년의 녹음입니다. 1번부터 19번만 담겨있지요. 저는 이 음반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대신 5년 전엔가 구입한 프랑수아 전집에서 녹턴만 따로 모아 듣습니다. 같은 연주죠. 전집에는 36장의 CD가 있는데 쇼팽이 가장 많고 라벨, 드뷔시, 슈만, 리스트, 프로코피에브 등의 연주가 담겨있습니다. 67년의 일본 콘서트도 담겨있는데, 한국에서 연주회를 가졌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프랑수아는 44세 연주 도중 심장마비가 오고 1970년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잘 생긴 외모와 뛰어난 실력 덕에 평범하게 살지는 않았을 거라 짐작됩니다. (근데 너무 잘 생기지 않았나요?) 반면 연주에 임하는 자세는 엄정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쇼팽의 발라드를 연주하는 프랑수아의 모습입니다. 조금 더 오래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