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닐 이야기 #4

LP를 즐기고 싶은데 뭐가 필요한가요?

by 쉐아르

오디오샵을 하는 분들은 가끔 바이닐이 핫하다는 소리에 턴테이블을 구입하고는 '이제 뭐가 필요하죠'라는 질문을 하는 고객이 있다고 합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라고 하네요.


1. LP를 비롯한 바이닐은 음악을 듣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기에 바이닐을 즐기기 위해서는 바이닐에 담겨 있는 신호를 읽는 장치, 이 신호를 증폭시키는 장치, 그리고 증폭된 신호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만들어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를 잘 구성하고 즐기려면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하죠.


2. 오디오 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음악은 그 안에 담긴 소리를 통해 사람에게 기쁨과 감동을 줍니다. 어떤 방법이든 음악을 '즐길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요. 스마트폰의 스트리밍앱과 똘똘한 소리를 내는 블루투스 이어폰(혹은 스피커)이면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의 장비는 '하고 싶고 할 수 있으니까' 갖출 뿐입니다. 음악 감상에 꼭 필요하지는 아닙니다.


3. 요즘은 오디오를 갖추기에 참 좋은 시기입니다. 여전히 미친 가격을 부르는 제품들이 많지만, 많은 제품들이 상향평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마칠 때 다시 이야기를 하죠.


4. 오디오의 구성요소는 알고 보면 쉽고 단순합니다. 이를 잘 설명하는 그림을 찾았는데 AV플라자에서 제공하는 이 그림이 가장 적절해 보입니다.

오디오 구성요소.jpg 출처: https://avplaza.co.kr/audiolecture/10860/?srsltid=AfmBOopmu9Qp4-ynPoKduAZXWCs_2IhPNlvXnT31p1b4JD

하지만 실제 제품을 보면 혼동될 수가 있습니다. 모든 게 다 포함된 일체형도 있고, DAC이 포함된 제품도 있고 따로 떨어져 있는 DAC도 있고 그러니까요. 하지만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어떤 구성이든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 글에선 앰프는 아날로그 신호만 받을 수 있다 가정합니다. DAC이 내장된 앰프는요라고 질문할 수 있지만, 이해의 편의를 위해 아날로그 신호입력을 받아 스피커 출력을 내는 장치를 앰프로 말하겠습니다.


5. 오디오의 소리 경로는 소스에서 시작합니다. 소리 신호가 없이는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으니까요. 바이닐의 신호를 읽어내는 턴테이블, 공기 중 떠다니는 신호를 잡아주는 라디오튜너, 시디를 읽는 시디플레이어, 네트워크에서 신호를 받는 스트리밍 기기등 소스는 다양합니다. 이 여러 소스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입니다.


6. 디지털은 시디나 스트리밈처럼 소리가 0과 1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걸 말합니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레이저디스크나 미니디스크도 포함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앰프는 아날로그 신호입력을 필요로 하기에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꿔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담당하는 컴포넌트가 DAC (Digital-t0-Analog Converter)입니다.


디지털 신호가 있는 곳에 DAC는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인 블루투스 신호를 받아 소리를 내주는 이어폰 안에도 DAC칩이 있고, 아이폰이 이어폰잭을 없애면서 주었던 라이트닝케이블로 연결되는 꼬다리 안에도 DAC가 있습니다.


CD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장치는 DAC를 내장해 아날로그 신호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DAC 없이 디지털신호만 내보내는 장치는 트랜스포터라고 칭합니다. 또 요즘은 인티앰프를 많이 쓰는데 대부분의 인티앰프가 DAC를 내장합니다. 또 따로 DAC만 구입할 수 있죠. CD플레이어가 디지털 신호를 받아 DAC 기능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어느 단자에 연결을 해야 하는지 다르기에 헷갈려 보이지만 원리는 단순합니다. 소리 경로에서 DAC는 한 번만 거치면 됩니다. CD플레이어나 스트리밍장치에서 나오는 아날로그신호를 사용한다면 이는 내장된 DAC를 사용했다는 의미이기에 그냥 RCA나 XLR 케이블로 해당 인풋단자에 연결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고 COAX나 Optical로 디지털 신호를 받는다면 내장된 DAC나 별도 DAC가 필요합니다. PC의 USB도 당연히 DAC가 필요하고요.


7. 아날로그는 턴테이블이나 카세트테이프, 라디오등이 포합 됩니다. 곁다리지만 카세트테이프가 다시 사용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요즘은 릴테이프(reel-to-reel)를 찾는 사람도 늘었답니다. 바이닐이 되살아난 이유도 그렇고, 사람들이 디지털에 싫증을 느끼나 봅니다.


턴테이블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신호를 냅니다. 하지만 앰프에 바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 앰프의 아날로그 인풋을 라인레벨(line-level)이라 부르는데 이는 보통 500mV에서 2V입니다. 이에 반해 턴테이블은 MM 카트리지의 경우 3~6mV의 출력을 냅니다. MC는 더 작죠. 0.1~0.5mV입니다.


그래서 앰프로 가기 전 증폭이 필요합니다. (증폭에는 볼티지(V) 이외에 다른 요소도 있지만, 일반 사용자가 그 이상 알 필요는 없겠죠. 저도 잘 모릅니다.) 이를 해주는 앰프를 Phono Amp 혹은 Phono Stage라고 부릅니다. 포노앰프가 필요한 이유는 또 하나가 있습니다. 이는 턴테이블 설명할 때 자세하게 하죠.


8. DAC를 거치든 포노앰프를 거치든 앰프가 필요로 하는 아날로그 신호가 들어오면 앰프는 스피커가 필요한 정도의 크기로 신호를 증폭합니다. 30~50V 정도로요. 하지만 앰프의 파워는 보통 와트(W)로 표현합니다. 스피커의 1W는 90dB의 효율을 가진 스피커의 경우 1미터 거리에 90dB 크기의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바로 옆에서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90 dB 정도 합니다. 그러니까 작은 방에서라면 그렇게 큰 파워를 필요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하지만 이는 스피커의 효율과도 관련 있고 구동방식, 원하는 음성향과도 연관이 있으니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앰프는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로 나뉠 수 있습니다. 둘 다 하는 앰프를 인티앰프(Integrated Amplifier)라고 부르죠. 프리앰프는 여러 신호를 취합해 하나의 경로로 파워로 전달하고 볼륨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죠. 증폭신호가 있어 0~20dB 정도 소리 신호를 늘려주는 프리앰프를 액티브프리, 소리 증폭 없이 신호 취합과 볼륨조절만 하는 앰프를 패시브프리라 부릅니다.


복잡하죠. 하지만 역할을 생각하면 단순합니다. 턴테이블, CD, 스트리밍등 여러 신호중 어느 걸 사용할지 정해주는 역할과 볼륨 조절하는 역할이 필요하죠. 여기에 소량의 증폭을 해주느냐 (그러면서 소리를 가다듬는 역할까지) 해주느냐 마느냐입니다.


파워앰프는 소리의 증폭만 합니다. 증폭방식에 따라 클래스 A, 클래스 A/B, 클래스 D의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방식들이 있습니다만, 주류는 앞의 세 가지입니다. 각 방식의 특징을 설명하려면 끝이 없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적어보죠. 저렴한 앰프는 일단 클래스 D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칩 하나로 구현가능하니까요. 하지만 클래스 D라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갈수록 발전해서 요즘은 소리면에서 클래스 A나 A/B와 견줄만한 제품도 나오고 있습니다. 벨칸토 같은 회사의 클래스 D 앰프는 몇 백에서 천까지 갑니다.


9. 증폭된 신호를 받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만들어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스피커가 대표적이고, 이어폰이나 헤드폰도 있지요. 소리 경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스피커라 할 수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특색과 장단점이 다른 요소에 비해 더 쉽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오디오를 구성할 때 최소한 50%의 비용은 스피커에 투입하고 나머지로 소스와 앰프를 구입하라는 조언이 타당한 이유입니다.


스피커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무수히 많은 제품이 있습니다. 또 앰프와의 매칭이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10평 이하의 공간이면 북쉘프로도 충분합니다. 89dB의 효율을 가진 스피커면 100와트 정도의 파워로 대형 공간이 아니면 충분합니다. 아니 보통 아파트에서 50와트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도 없을 겁니다. 물론 매칭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걸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음악을 감상하는데 실질적인 영향을 줄 만큼의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앰프가 내장된 액티브스피커도 많이 사용하시던구요. 괜찮은 제품도 많이 나왔고요. 아날로그 신호뿐 아니라 블루투스 신호를 받는 액티브스피커도 있습니다. 앰프 없이 전통적인 스피커 신호를 받는 스피커를 패시브스피커라 부릅니다.


10. 너무 많은 정보가 있지만 원리는 단순합니다. 소스, 앰프, 스피커가 필요합니다. 바이닐의 경우 턴테이블이 필요하죠. 포노앰프가 내장된 경우 바로 앰프로 연결 가능합니다. 여기에 앰프가 내장된 액티브 스피커를 물리면 바로 음악감상이 가능합니다.


음악을 충분히 즐기려면 기본선은 필요합니다. 진동을 억제하는 턴테이블, 소리를 깨끗하게 증폭하는 앰프, 볼륨을 높여도 찌그러짐 없이 울려주는 스피커가 필요하죠. 그런데 이런 기본을 갖춘 시스템을 요즘은 큰 비용 없이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과 중국제품의 약진으로 상향평준화가 되었으니까요. 한국의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500~600불 정도면 별 아쉬움 없이 바이닐로 음악 감상하는 시스템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일부 기능을 포기하면 충분히 더 낮출 수도 있고요.


다시 강조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유튜브, 블루투스 이어폰 혹은 스피커. 하고 싶고 할 수 있다면 추가 장비를 구입할 수 있지요. 중요한 건 장비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겁니다. 음악을 통해 장비를 듣는 게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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