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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Nov 07. 2015

노력? 그냥 좀 편하게 살면 안되나?

미래 빚어가기 네 번째 이야기

나는 노력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 환경을 바꾸려 노력했고 이루었다. 또한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한계도 경험했다.


어릴 적 집이 참 가난했다. 고등학교 시절 대부분을 보낸 지하실 단칸방은 네 명이 누우면 더 이상 공간이 없었다. 그 곳에서 네 명이 살았다. 혼자 앉아 있으면 생쥐가 문지방에 발을 올리고 쳐다봤다. 그 예쁜 눈을 아직도 기억한다. 가난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잘하는 게 없었다. 공부를 선택했다. 서울대 공대에 들어갔고, 덕분에 좋은 곳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일반 개발자에서 7~80명을 책임지는 위치에 오르게 한 것도 노력이다. 4년의 주경야독을 버텼고, 특허변호사가 되었다. 노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한계를 안다. 내 수입은 항상 평균보다 높았다. 하지만 빚을 안고 시작하니 아직 모아 놓은 것도 별로 없다. 노력 만으로 뚫을 수 없는 유리 천정도 경험했다. 훨씬 더 노력을 했다면 달라졌을 거다. 하지만 그 만큼의 노력을 할 수 없었다. 빠듯한 생활에 모험도 못 했다. 무언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아마도 우울증)도 경험했다.  그래서 노력하고 싶지만 노력할 수 없다는 것도, 노력이 배신할 때도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에게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스캇 펙의 성숙의 4단계 모델은 여러 면에서 깨달음을 준다. 1단계의 혼돈을 지나면 외부의 규칙에 의존하는 2단계에 이른다. 열심이 가져다 줄 성공을 믿으며 스펙 쌓기에 애를 쓴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바라며 달린다. 다른 쪽은 쳐다볼 여유도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질문하는 3단계로 넘어간다. 노력 만으로 이룰 수 없는 한계를 본다. 청년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절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한 금수저에 진입하기가 너무 어렵다. 더 이상 노력을 믿지 못하겠다.


그렇다고 3단계에서 머물 것인가? 펙은 다음 단계를 신비적/공동체적 단계라 불렀다. 보이는 현상 뒤에 흐르는 원리를 깨닫고 성취를 위해 같이 노력하는 단계다. 부정> 긍정> 부정으로 흐르는 단계들을 거쳐 다시 긍정으로 나아간다. 노력 만으로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노력 없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깨닫는다.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한 노력은 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은 항상 필요함을 깨닫는다.


노력이 '노오오오오력'으로 불리는 때다. 비웃음의 대상이다. 잘못된 시대다. 전 세계가 그렇게 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특히 심해졌다. 희망을 갖기 힘든 시절이다. 이 놈의 세상이 뒤집히기 전까지는 뚜렷한 수가 안 보인다. 그럼에도 비웃음은 풍자는 체념은 한 발자국도 나가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몇 년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뉴햄프셔의 어느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이야. 무슨 일인지 그 해에는 간만의 차가 너무 커졌었다고 해. 밀물 때 엄청나게 많은 불가사리가 몰려 와서는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은 거야. 그리고는 말라죽어갔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 손을 쓸 수가 없었대. 그냥 방치해 놓은 거지.  

하루는 어떤 노인이 지나가다 한 여자아이가 불가사리를 집어 바닷물 속에 던지고 있는 걸 봤어. "아니 얘야. 불가사리가 얼마나 많은데 그걸 집어서 던지고 있니. 하루 종일 던져봐야 아무 영향도 못줘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만 집으로 가련." 그 아이는 들고 있던 불가사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잠깐 망설였지. 그러다 할아버지에게 대답했어. "알아요. 저 많은 불가사리를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지요. 그래도 제 손의 불가사리는 살릴 수 있어요. 이 녀석에게는 그게 얼마나 큰 일이겠어요." 그리고는 멀리 바닷물 속으로 그 불가사리를 힘껐 던졌어.


불가사리 하나 만큼의 노력. 그게 필요하다. 어쩌면 그 노력을 위해 억지로 힘을 끌어오려야 할지 모른다. 별거 아닌 일에 가지고 있는 의지를 모두 써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방법이 없는데 어쩌겠나. 노력하는  수밖에.


세상에 대해 체념하라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나에게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의 노력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몇가지 중의 하나다. 대단한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주위 힘든 사람들 손 잡고  한 번씩 당겨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살아있기에 무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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