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가 누구냐고 너는 물었지, 나는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가 누군지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려다 슬쩍 얼버무리고 말았어
그런 때 있잖아
뭔가 착상이 될 것 같다가도
아무런 단어조차 회복되지 않는 때
억지로 모양을 새겨 놓고 싶진 않아서
그냥 외면하고 싶은 어떤 순간
그날
하필이면 그 순간이 그랬던 거야
목에 울음이라도 박힌 것처럼
모든 숨구멍이 가시덤불 같았으니까
그러니까 그걸 다 토해냈어야지
재하의 말 못 할 생애가 너무 무거워서
그만 목 부근이 검게 부어올랐던 거지
녀석은 혼자서 팔팔 끓어올랐지만
넌 말없이 대답을 기다리다, 내 이야기를 툭툭 끊어내더니
누렇게 익어버린 삼익 기타를 꺼내 들었어
A 마이너, B 마이너쯤인가
라고 한숨을 내쉬곤
재하의 허리쯤을 더듬었지
도대체, 재하는 뭘 말하려던 거였어
소리는 왜 만들어지는 거냐고, 나는
모든 기억이 소모되어버려서
옆으로 누워서 네 얼굴만 계속 훔쳐봤어
사랑은 농담 같은 거야
우린 그리움 따위나 같이 나눠 마셔버리자고
오늘 밤엔 오해가 옅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