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창밖에선 어느새

가을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들여다볼수록 점점 멀어지는

주인 없는 열매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당신은 분주한 아침에서 물러나서

첫 계절을 당신의 창가로 옮겨 심습니다


그럴 때면

기척 없는 문안이 찾아와

어두운 방에 불을 지피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몸을 부스럭거리다

서늘히 가라앉은 새벽에게 눈인사를 보냅니다


보이지만 볼 수 없는 것들

누군가 알아주지 않지만 알 수 있는 것들

그런 쓸모없는 것들에게 묻습니다


말라가는 슬픔 하나

지하실에 잠가둔 기억 둘

돌볼 수 없는 병치레 셋

아침 풍경이 부산스레 당신의 얼굴을 다듬질합니다


햇살은 무엇이든 찾아가 비춰줍니다

이를테면

뻣뻣한 것

주름진 것

구겨진 마음 같은 것들에게 말입니다

그리고 때론 슬픔조차 다정하게


문득

물방울 하나가

창틀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


kai-oberhauser-PEfMW274zGM-unsplash.jpg Photo by Kai Oberhäu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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