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선 어느새
가을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들여다볼수록 점점 멀어지는
주인 없는 열매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당신은 분주한 아침에서 물러나서
첫 계절을 당신의 창가로 옮겨 심습니다
그럴 때면
기척 없는 문안이 찾아와
어두운 방에 불을 지피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몸을 부스럭거리다
서늘히 가라앉은 새벽에게 눈인사를 보냅니다
보이지만 볼 수 없는 것들
누군가 알아주지 않지만 알 수 있는 것들
그런 쓸모없는 것들에게 묻습니다
말라가는 슬픔 하나
지하실에 잠가둔 기억 둘
돌볼 수 없는 병치레 셋
아침 풍경이 부산스레 당신의 얼굴을 다듬질합니다
햇살은 무엇이든 찾아가 비춰줍니다
이를테면
뻣뻣한 것
주름진 것
구겨진 마음 같은 것들에게 말입니다
그리고 때론 슬픔조차 다정하게
문득
물방울 하나가
창틀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