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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14. 2020

내가 책을 읽는 이유

그리고 함께 읽기의 중요성

누군가 내게 "책을 왜 읽어요?" 물어보면 '책을 쓰기 위해서'라고 답하련다. 그러니까 책은 나에게 작가로서 동기부여 역할을 담당한다. 작가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내 생각의 뿌리로부터 지혜를 생산해내기 위한 중책을 책이 담당하는 셈이다. 책은 읽은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책을 읽고 쓰는 과정으로 전진한다. 그런 면에서, 책은 순환 버스 같다. 시점에서 종점으로, 종점에서 다시 시점으로 순환한다. 나는 책을 읽고 영감으로, 영감은 다시 책을 읽게 만드니, 궤도를 충실하게 돌고도는 버스와 다를 바 없다.


독서는 뇌에 긴장을 주입하고 혈류의 운동을 촉진시키며 고인 생각을 바깥으로 배출시키는 과정이리라. 그러니까 독서는 살아있는 나를 증명하는 역동성이다. 책은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다른 의미가 된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 보다, 삶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러니까 내가 책을 읽는 것은 어떤 도전을 오늘 실행 및 시도할 것인가, 그 부분이 핵심이 된다.


독서는 고요하지만 소란스럽다. 독서를 생각하면 그 환경은 대체로 고요한 편이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는 환경은 역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결국 나는 소란스러움으로부터 격리되기 위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유한하게 고립되고 싶다. 외진 호숫가 숲속, 소로의 오두막처럼 한 달쯤 실컷 무위도식하다, 다시 안전한 곳으로 돌아오는 꿈을 꾼다. 안전한 거처가 보장되기에 어쩌면 고독한 공간을 꿈꿀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독서는 고독을 부른다. 하지만 나는 고독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 그러니 책을 손에 드는 행위로서 마치 내 영혼이 소란스러운 환경으로부터 독립됐을 거라며 잠시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독서는 대화다. 저자와의 대화에서 자기와의 대화로 연결된다. 이 현상은 필연적이다. 책을 읽고도 자기 자신에게 궁금한 점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상한 독서일 것이다. 우리는 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습성을 지녔다. 그리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비교우위에 놓고 싶어 한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우리는 지식의 빈곤을 깨닫는다. 내가 얼마나 왜소하고 미미하며 보잘것없는지 알고 만다. 그래서 독서는 우리의 민낯을 까발리고 모르는 것을 알게 한다. 책과의 대화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언택트 시대에서 대화는 설자리를 잃었다. 말하는 일이 점점 드물어진다. 직장에서조차 때로 온라인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그게 더 편리한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린 말의 허기에 빠졌다. 너무나 말이 하고 싶어서 상대를 찾는다.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기다린다. 책장을 펼치면 그만이다.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우리는 누구든 만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환경 탓을 하지 않는다. 지하철이든 버스 좌석이든 심지어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동안에도 책을 본다. 다만 책은 내 편리함에 따라 모양을 바꾼다. 종이책은 이제 전자책으로 진화 중이다. 전자책이 존재한다면 이제 종이책을 구매하지 않는다. 책장에 꽂힌 책들 중에서 읽지 않는 것들은 중고 서점에 팔려 나간다. 필요하다면 종이책을 스캔하여 전자책으로 변형시킨다. 디지털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는 나만의 자세다. 읽는 방식도 시대의 양식에 따라 변해야 한다.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살아남으려면 변화는 필수다.


역설적이지만 독서는 혼자 펼치지만 나눔은 다수와 함께 해야 의미가 생긴다. 읽으면 말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만난다.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으니 온라인으로 느낌을 공유한다. 책의 가치에 대해, 인물에 대해, 사건에 대해, 주인공의 판단에 대해, 서로의 관점을 설파하고 합치되는 부분에 공감하고 불합치하는 면에 대해 이해한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인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나의 태도를 다듬어 나간다. 그것이 혼자 하는 독서가 아닌 독서 이후에 우리가 겪어야 하는, 말하자면 더불어 체험하는 이유라고 정의하고 싶다.


나는 '공대생의 심야서재' 커뮤니티 내에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나의 가치관,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의미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혼자에서 함께로 생각을 진화하는 중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리라, 그래서 우리는 그 이야기에서 감탄, 경외, 존경, 사랑, 배신, 절망, 슬픔, 기쁨을 배우리라. 독서의 완성은 결국 나의 이야기를 되찾는 게 아닐까. 함께 읽으면 조금 더 빨리 찾아질지도.




'똑독 - 똑똑하게 독서하기' 모임은 앞으로 일과삶 작가님의 운영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합니다. 저는 운영자가 아닌 참여자로 독서 모임에 임할 예정입니다. 혼자 읽는 독서가 아닌 함께 읽고 깨달음을 공유할 분의 신청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https://bit.ly/2IgbFuh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https://brunch.co.kr/@worknlife/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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