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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28. 2020

삶은 상수일까 변수일까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모두 한 가지 이야기를, 통일성 있는 한 가지 주제를 시종일관 던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유난스럽게 외면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외면하고 기피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니까.


가을을 모든 존재를 쓸어 담는다. 그런 가을도 어렴풋이 지나간다. 단지, 지나갈 뿐이다 모든 것은... 나에게 가을은 그저 사계절 중에서 한 가지 고유의 속성일 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그 의미를 사유하기 위해 시간을 지나치게 소모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지나가고 단순하게 흘러가는 것들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에 자꾸만 빠지고 만다. 그것은 습성이자, 나를 대표하는 관성적인 것들이니까. 그게 나를 편하게 만드는 방식이니까.

 
누군가는 쓸쓸하게 가을의 마지막을 주워 담을 것이다. 쓸쓸하게 혼자 남아서, 아무도 없는 빈 골목 끝에서 그저 쓰레기로 취급당할 낙엽의 마지막 자취를 쓸어 담으며 탄식을 던진 것이다. 빈 포대에 쓸모없는 그것들이 불연속적으로 담겨서 흔적조차 없도록 그러니까 말끔하게 모조리 사라지게 만들 운명으로.


그 여자는 아침부터 낙엽을 쓸었다. 손잡이는 나무로 만든 것이었고 빗자루 솔은 진한 초록색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그 여자는 묵묵히 그리고 단단하게 낙엽을 붙잡았다, 놓아버렸다. 하지만 그 여자에겐 포대도 그 어떠한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그냥 무덤을 창조했다. 낙엽들을 그러모아 무덤을 쌓아놓고 그 무덤 앞에서 마치 경건하게 기도라도 할 듯이 하나의 무덤을 만들면 또 하나의 무덤을 쌓기 위해 담담하게 움직이기만 했다. 


그러니까 그 여자는 완벽한 가을이기도, 냉정한 저승사자이기도 했다. 주변을 정리해버리는 그 여자의 차분함 속에서 나는 죽음을 떠올렸다. 빛이 바래버린, 색을 잃어버린 본래의 존재로 돌아갔다. 낙엽은 시간에 지배를 받는다. 그것이 낙엽이 태생적으로 가진 운명이다. 그리고 언젠가 버려진다.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다시 붉은색으로 변해가다, 종국에는 사라진다. 길가에 놓은 쓸쓸한 빗자루에, 누군가의 손에 쓸려 나가며. 



나는 버스에 앉아,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을 완독하고 죽음을 떠올리려던 즈음, 한 여자의 낯설고도 반가우며 완벽하게 가을과 가까울지도 모를, 장엄한 움직임을 지켜봤다. 하나의 책을 끝끝내 완독 하는 것, 그것은 찬란하고도 처절했던 생명의 시작과 몰락을 지켜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 면으로 본다면 나는 거의 매일 죽음을 경험한다. 죽음,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죽음, 오늘은 아닐 그 무엇을. 그래서 책을 계속 읽는다. 생명을 만드는 신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삶은 상수이지만 동시에 변수이기도 하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그 시점은 모두 다르겠지만, 삶은 이미 자신을 자각하는 순간 상수로 돌변한 것이 아닌가. 삶을 변수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죽음을 떠올리는 것일지도 모르리라. 하지만 나는 죽음을 굳이 떠올리며 살고 싶지는 않다. 생각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힘겹게 살아온 내 인생을 덮칠 것이기에. 


늙고 병든다는 것, 가을 낙엽이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무덤 위에 쌓인 이름 없는 그저 한 낙엽 덩어리로 불리듯이 쓸모없는 것들에서 또 다른 쓸모없는 것들로 변해가는 것이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말하는 냉엄한 현실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항상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단 하나의 사물이라도 예민하게 그 존재의 의미를 자꾸만 추적하려 든다. 그것이 삶을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만드는 일이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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