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쓸쓸함에게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삶이라는 게

마음 하나만으로도 문득 파괴될 수 있는 거라면

용기, 각오, 다짐 따위 들은

아마도 쓸쓸해질 거라고 우리에게 메일을 보내올 거야


가을, 늦은 이별을 끝낸 가을이

지평선 끝으로 몰락하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지난 낙엽의 냄새를 잊었냐고

크게 물었어


나는,

허수경 시인의 작은 무덤을 책장에서 털어내도

먼지 하나 없이 너무 깨끗하다고

죽음은 원래 흔적이 없는 거라고 너에게

작게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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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외로울 것 같아"


누가?

네가, 아니면 저물어 가는 늦은 이별이?

아니면 죽음이 그렇다는 거야?

대체 누가 그렇다는 거야?


그래,

지나간 바람에 아무리 힘을 보태어도

폐기되어버린 말을 다시 살린다 해도 우린

발이 부은 가을 저녁 길을 무심히 걸어가야 할 거야

그 시인처럼


난 너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어도

바람에 둘러 싸인 밤거리들을

슬쩍 뒷주머니에 감춰 둔 채, 그냥 모른 척하고

모든 풍경이 소각될 때까지 걸어가야겠지


그렇게 언젠가 무엇이든 소진된다면 너는

1g만큼은 가벼워질 거야

짝을 잃은 나머지 낙엽은

다시 여행을 시작하겠지만


이제, 짐을 내려야 할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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