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시와 음악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배달료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공심



달이,

어젯밤의 달이 안방에서 서성거립니다

잠시 다가가, 툭 건드리면

머뭇거리던 당신을 바람이 대행해 줄까요?


거침없이 바닥을 스치는

모데라토 빛깔의 음성

그것이 침대 위에 서서히 퍼질 때

우린 서로의 윤기에 그을립니다


흐느적거리는 박자 속

숨을 가다듬어도 우린

일정한 눈빛을 감싸 안고

그림자 안구 밑으로 파고듭니다


눈을 퍼렇게 감으면

밀물과 썰물은 맑게 흐를 테지만

역동성은 없습니다

규칙성도 보이지 않습니다

삶은 상실되지 않고 빈틈이 없으니까요


오직,

등을 서럽게 건드리는 기운만이

부피를 잃은 존재의 가벼움 만큼

고요하게 아니 침울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우린 닮았습니다

쌍둥이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만

우린 그래서 지적인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영역을 포장해 주세요

그리고

이곳으로 멀쩡하게 배달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fexLfIqpo8M&ab_channel=%EB%98%90%EB%AA%A8TOW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