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유죄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반달이 스르르 내려와서는

담장 끝에서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아, 하고 네 이름을 부른다


파장이 없는 목소리

리듬이 사라진 음악

경계선이 아래쪽에서

제 몸에 빗금을 긋는다

아, 하고 상처가 하늘로 솟구친다


너는 듣지 못한다

해석될 수 없는 신분에서

명예롭지 못한 운명으로

경이로운 떨림은 피어나지 못한다


위태로운 걸음걸이

하얀 등과 퍼런 등 사이에서 물결이 출렁거리면

사랑을 잃어버린 세상은

잡초처럼 눈물을 오래 흘리며 제자리에서 흔들거리리라


유죄일까, 우리는

영원히 3악장에 녹아들어야 하겠지?

나는 네 설움을 과감히 벗겨내리라


불 꺼진 방에 눈물을 부어가며

구름으로 만든 이불을 덮고

설움을 혼자 한 숟갈 떠넘겨 보리라

반달이 올라갈 때까지

네가 귓속에서 일어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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