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반달이 스르르 내려와서는
담장 끝에서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아, 하고 네 이름을 부른다
파장이 없는 목소리
리듬이 사라진 음악
경계선이 아래쪽에서
제 몸에 빗금을 긋는다
아, 하고 상처가 하늘로 솟구친다
너는 듣지 못한다
해석될 수 없는 신분에서
명예롭지 못한 운명으로
경이로운 떨림은 피어나지 못한다
위태로운 걸음걸이
하얀 등과 퍼런 등 사이에서 물결이 출렁거리면
사랑을 잃어버린 세상은
잡초처럼 눈물을 오래 흘리며 제자리에서 흔들거리리라
유죄일까, 우리는
영원히 3악장에 녹아들어야 하겠지?
나는 네 설움을 과감히 벗겨내리라
불 꺼진 방에 눈물을 부어가며
구름으로 만든 이불을 덮고
설움을 혼자 한 숟갈 떠넘겨 보리라
반달이 올라갈 때까지
네가 귓속에서 일어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