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위로 여름이
나른하게 퍼져가게 내버려 두었습니다
나는 호수도
그 위의 백조도 물론 아니었습니다
계절은 뜻대로 젖혀지지 않았습니다
내 무게는 1그램에 불과하지만 세상은
멈추어버린 라디오처럼 무거운 향기를 뿜었습니다
나는 그 위에 그대로 드러누워버렸습니다
어쩌면 쪽배와 한 몸이 되자고 기대했을지 모릅니다
구름 속 하늘은 표층과 심층의 중간계, 나는
그 밑바닥쯤의 부양된 흐름이었지만
우리는 공기로서 한때 통했습니다
무수하게 퍼져나가는 삶의 촉수처럼 우리는
날개 없이 유유하게 흘러가는 것들을 생각하며
가라앉지 않은 채 부유하는 것들을 그리워하며
자애로운 햇살에게 가슴을 열어 보이곤
무심한 상상 속으로 꿈을 실어 보낼 것입니다
아, 아득한 물결이 날아옵니다 나는
그것을 죽어있지만 살아있다고 착각합니다
죽은자를 기리며 언어를 번역해봅니다
시작을 잃어버린 사생아 같은 첫 문장
이야기의 진폭 없는 전개
돌아오지 못하는 방황의 결말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겁니까,라고 소녀가
잔인하게 물었습니다만, 나는
순결하지 못한 인간이었으므로 소녀의 말에
가늘고 옅은 줄무늬처럼 생긴 끝에
생의 고리를 매달아 두곤
호수 위에 그것을 그물처럼 펼쳐 놓았습니다
물론, 내 문장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림자며. 붉은 햇살 뒤에 감춰진 노을이며
하물며, 내 빈틈조차 한숨만 늘어놓었으니까요
그물은 그다지 튼튼하지 않았으니까요
여전히 계절은 높고 푸르게 우거져,
우리의 시름은 파랗게 녹음된 음성에 기울어집니다
우린 결말이 없는 스토리텔링을 따라
연속적으로 고독하게 흘러갈 것입니다
생상스 - 동물의 사육제 중에서 백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