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붉은 꽃이 피다, 가지 끝에서 툭 부러졌다 꽃잎 끝에선 흰 핏물이 냉정하게 흐르고 당신은 말을 잃고 문 앞에 주춤 서 있다, 우물 속에 주저앉았다
환부를 도려내는 한여름밤의 공포, 짧은 서정극이 끝나면 매미의 피맺힌 원한이 찾아왔다 신경을 곤두세운 아침, 혼자 울다 잠든 아이가 만든 눈물 길, 당신은 울고 싶다고 잘못이 누구에게 있냐며 따지다, 겨우 잠들었다 지쳤다 지쳐도 말은 변론에게 제압당했다
제철이 지나면 찾아오는 쓰라린 속죄의 음성 같은 것들에게 그러니까 과거가 존재했었냐고 묻는 낯선 이의 서러움처럼 당신의 누이는 뒷모습을 보이지 않고 울었겠지만 그 누가 눈물이 낡은 과거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 맺힌 여름밤은 성스러운 무늬를 만들고 우린 어제처럼 호기심으로 가슴을 쓰다듬다 눈을 뜬 채 잠들고 말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