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어둠, 살 내음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고행의 숲을 지나면

살 내음을 풍기는 푸른 어둠이

낯익은 미술사 강의에 돌입합니다


텅 빈 우산 속에서 나는

웃으며 울다, 듣지도 못하고

오도카니 서 있습니다


시간은 여전히 굴뚝 속으로

돌진하는 중입니다


발가락을 세어보니

등이 굽은 전갱이 하나

귀가 닫힌 청진기 하나, 나머지는

모두 발등에 입술이 붙어있는

영락없이 버려진 호박(琥珀)들의 세계입니다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입술은

안쪽에서 산사태를 일으키려 합니다


공상합니다, 무너진 세계를

안으로 수축된 무질서의 신화 속에서

균열의 감각을 찾아봅니다


기이한 사건들이 이곳에서는

매일 밤마다 일어납니다

송편처럼 생긴 빗방울이 한 움큼

바닥에서 굴러갈 때 말입니다


그럴 땐, 우물 한가운데에서 나는

헤엄을 칩니다

뒷짐을 치며 검은 물속으로

끝도 없이 추락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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