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만은 절대로 닮고 싶지 않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아버지가 나타나면 사포로 내 얼굴을 벅벅 문질러 대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내 얼굴에서 아버지의 잔상이 조금이라도 가실 수 있다면, 그럴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아마도 난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원한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사실은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 그 사실 하나 만은 얼굴을 구성하는 세포를 원자 단위로 갈아 치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놈 지 애비를 닮아서 하는 짓 좀 봐”, “어쩌면 지 애비를 똑 닮았대” 나는 누군가 무심코 던지는 저런 말이 너무나 듣기 싫었다. ‘아버지를 닮는다는 게 대체 왜 중요한 건데? 내가 아버지처럼 살아야 한다는 게 무슨 마음에 찍힌 인장 같은 거라도 된다는 거야?’ 나는 이렇게 묻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비겁했고 힘이 없었고 저항할 에너지조차 없었으니까.
아버지는 살아 있는 동안 시종일관 무기력했고 즉흥적이었고 게을렀다. 어떤 일이든 오래 하는 법이 없었다. 사업을 하다가도 보기 좋게 인테리어만 꾸며놓기만 했을 뿐, 일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누군가를 탓했다. 나쁜 경기 탓을 했고 대통령 탓을 했고, 어머니를 탓했다. 자신의 불행의 모든 원인은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니라 가족에게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생각은 특히 어머니에게 강렬하게 발산이 됐다. 한마디로 아버지는 난폭한 사람으로 한동안 어머니와 자식을 제압했다. 하지만 힘은 더 강한 힘에 굴복하고 만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결심했다. 이제 아버지의 게으름과 무책임함과 폭력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고 필요하다면 힘을 동원해서라도.
연례행사처럼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하기 시작하던 날, 나는 아버지의 팔뚝을 강하게 휘어잡았다. 그리고 그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아버지가 진정되기까지 온 힘을 다해 붙들었다. 그런 동작으로 30분이 지났는지, 1시간을 흘려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도 나는 절대 느슨해지지 않았다. 아버지와 내 몸이 동시에 부르르 떨렸으나 잇몸을 악물고 버텨냈다.
폭력은 폭력으로 망한다. 물론 나는 폭력을 잠시 중단시킨 것뿐이었다. 내 결심 때문에 아버지의 폭행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긴 했지만 그것은 휴화산 상태에 불과했다. 언제든 휴화산은 폭발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날 이후로 아버진 폭력을 거의 쓰지 않았다. 본인도 내 행동에 놀랐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저 뒤에 앉아서 사건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나약한 아들이 설마 반항할 거라고는 아버지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건의 중심인물로 개입했고 행동했다. 더 이상의 가정 폭력을 용인하지 않았다. 언제든 힘은 힘으로 몰락한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일깨워주려고.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세수를 할 때마다 나는 강하게 피부를 쓸어내린다. 지난 과거를 완벽하게 세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더러운 건 보이지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내 얼굴엔 아버지의 그림자가 살아서 내 얼굴을 보며 대화를 시도한다. 절대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태풍은 잠잠해진 것 같아도 다시 강하게 나를 몰아붙일 거라고 말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대화의 문을 닫아버린다. 나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고 나는 내가 만든 그늘 안에서 살겠다고 부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