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31. 2022

교보문고는 각성하라!

교보문고 웹사이트 주문 분투기

거의 3주 넘도록 통합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았다. 가출한 포인트는 영영 돌아오지 않겠구나, 하고 거의 체념한 상태라고 했달까. 우리는 이 시점에서 ‘않았다’라는 과거형에 잠시 주목하자. 교보문고가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뉴얼이고 단장이고 나는 그런 거 모른다. 우리는 소비자가 아닌가?(굳이 내 직업이 개발자라는 사실과 연결시키고 싶지 않다.) 절대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으니, 교보문고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다.


왜 글쓴이는 굳이 과거형을 썼는가? 그렇다. 현재는 언뜻 정상화된 것처럼 보인다. 계산은 정확히 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포인트가 돌아온 것 같다.(모자란 내 머리로는…) 교보문고 웹사이트에서는 아무런 이상도 없이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기분? 아주 화려하고도 산뜻하게 바뀐 기분까지 든다. 내 마음은 여전히 깜깜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다만, 언제 다시 폭풍우가 몰려와 우리의 남은 원성을 모두 쓸어버릴지 일촉즉발의 위기는 잔존 중이다. 웹사이트 바닥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균열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재난(?)이 정상적으로 수습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중분해된 것으로 의심했던 통합 포인트는 입금이 됐더라.


하지만, 며칠 전까지 그러니까 3일 전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주문한 IT 서적 주문 건과 개인적으로 주문한 소설책 수십 권에 이르는, 어쩌면 과소비에 해당되는 주문 건까지, 기묘하게도 모두 안전하게 배송이 완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웹사이트의 주문 상태는 여전히 배달 중? 그래서 나는 안 받았다고 강력하게 진상질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도 나는 바보같이 친히 주문 상품의 개별 완료 버튼을 일일이 클릭해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립 프로세스는 가동하지 않았다. 적어도 3일 전까지는 말이다! 어쩌면 5일 전인가?


나는 거의 병적인 상태에 빠져서, 회사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내 작은방에 편안하게 앉아서 소심하게 책을 읽으면서도 흘끔 옆에 엎어놓은 스마트폰을 쳐다보곤, 참지 못해 교보문고 앱 로그인 버튼을 반복적으로 클릭했고(포인트를 확인하기 위해) 그 반복적인 행위 때문에 웹사이트가 터진 줄 알았다. 아뿔싸, 내가 디도스 공격이란 걸 하고 있었구나, 디도스 공격이 검지 클릭질만으로도 가능하네? 초당 2회의 불야성 같은 클릭이 교보문고 웹사이트를 마비시키고 만 거야, 나는 정말 그렇게 멍청하게 생각했다. 광클릭 중에 로그인 완료가 아닌, ‘Bad Request’라는 응답을 받고야 말았으니까. 아무리 내가 개발자라고 해도, 그렇게 미친 듯이 로그인 버튼을 광적으로 클릭해대면 정상적인 사고는 거의 사라지고 만다. 판단 능력이 극도로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명, 상담원은 ‘호갱님 걱정 마세요~ 통합 포인트는 모두 안전하게 들어올 겁니다. 저희 개발자들이 현재 모두 몸 바쳐 밤새는 중이거든요~ 몸을 갈아엎더라도 꼭 정상으로 돌려놓을 테니, 호갱님은 맘 편하게 책이나 쳐 읽고 계셔요. 그러나 일정은 확정 못 해 드려요 호호호’라고 말한 것 같았다. 아니다, 분명 상담원은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 기억은 왜곡되지 않았다.


재밌는 현상은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책의 적립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리뉴얼한 웹페이지와 데이터베이스가 서로 원활하게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추론이 가능했다. 소비자가 왜 현상까지 분석해야 하나?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배달하기까지, 초특급 배송을 보장한다던 그들의 광고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사실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배송도 다소 느려지긴 했다.)


통합 포인트 문제가 전부는 아니었다는 사실이 나를 더 분노로 폭주하게 만들었다. 일단 주문한 내역의 배송 상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출고와 배송 상태도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았으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문자가 날아오더니 배송이 완료됐다고 으름장을 내놓기도 했다. 뜬금없이 옆구리를 송곳으로 푹 찔러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마치 깜짝 쇼라도 구경시켜 주려고 한 교보문고의 섬세한 고객사랑이었을까? 글쎄, 내가 보기엔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고객을 사랑했으면 고객센터의 무응대, 거짓 회피는 어떻게 답변할 건데?


나는 상담원과 통화란 걸 한 번 해보기 위해, 왼쪽과 오른쪽 각각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장착해두고 침착하게 연결을 시도했다. ARS를 위해서 웹 페이지를 띄우라는데 수차례 오류가 떴다. 교보문고 웹 페이지가 떴다가, 다시 ARS 음성 안내 페이지가 떴다가, 그 페이지는 거의 랜덤으로 뜨더라. 몇 번 연결 끝에 성공하면 2번을 누르고 다시 전화번호를 누르고, 누르는 작업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내 작업을 오토로 만들어야 하는 건지, 5초 정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그 후에는 기나긴 기다림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현재 대기 중인 사람, 나처럼 상담원과 연결을 학수고대하는 사람이 적어도 30명은 됐다. 1분은 10분이 되고 10분은 30분이 되고 30분은 1시간이 됐다.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해보자.


나는 오기가 생겨, 내 숨이 끊어질 때까지 연결을 끝끝내 도모하고야 말겠다는 전투적인 결의를 다졌다. 얼마나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내방 투명한 유리벽에 하얀 김이 바닥에서부터 천정까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들러붙었다. 겨우 통화되고 나서 상담원에게 들은 답변이란 것은 앵무새, 혹은 자동 응답기와 거의 흡사했다. 아까 위의 대답  ‘호갱님 걱정 마세요~ 통합 포인트는 모두 안전하게 들어올 겁니다. 저희 개발자들이 현재 모두 몸 바쳐 밤새는 중이거든요~ 몸을 갈아엎더라도 꼭 정상으로 돌려놓을 테니, 호갱님은 맘 편하게 책이나 쳐 읽고 계셔요. 그러나 일정은 확정 못 해 드려요 호호호’ 어쩌면 똑같은 소리를 반복해대는 걸까. 이러니 내가 진정할 수 있겠는가.


결국 나는 진상이 됐다. 왜 교보문고는 선량한 고객을 진상으로 만드는가? 지금 이 순간, 포인트는 이제 배송 완료와 더불어 정상적으로 처리된다. 역시 투정을 부려야 하는 걸까? 울어야 하는 걸까? 다행히 결제에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같다’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현재도 교보문고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웹사이트는 느리다. 입력한 검색어에 응답받기까지 거의 2~3초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 동네 평생학습관 홈페이지 도서 검색보다 못하다. 경쟁 상대가 겨우 평생학습관이냐? 이건 정말로 정상이 아니다. 모든 결과 페이지는 적어도 1초 이내에 출력되어야 한다. 게다가 앱도 오류가 많다. 로그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슬며시 로그오프 되어있다.(아무도 모르게 공룡 패치라도 한 걸까?) 게다가 앱을 실행시켜도 하얀 페이지만 뜨는 현상도 나타난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현재 프레스티지 회원이 됐다는 사실이다. 교보문고를 끊어버리려다가도 결국 마음을 돌이킬 수밖에 없는 애석한 이유다. 결정은 앞으로의 행보를 보고 판단하자. 여기까지 내가 겪은 교보문고 주문 분투기다. 다시는 이런 몹쓸 일은 겪고 싶지 않다. 아오 속이 다 시원하네.






매거진의 이전글 힐링을 위한 문학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