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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ug 27. 2023

하얀 여백 위, 오직 검은색만 존재하는 세계


아주 오랜만에, 거의 3년 만에 필사란 걸 해봤다. 필사는 하는 것일까? 쓰는 것일까? 단순히 하다,라는 동사로 끝내버리기에는 필사를 경외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필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던 걸까. 마치 선로 위에 누워서 아득한 안개로 뒤덮인 끝없는 철길을 하염없이 흐르는 구름의 율동으로만 짐작하는 기분이다.


여전히 바쁜 나날이다. 굳이 나이를 밝히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내 나이라면 바쁘다,라는 형용사와는 친해지지 않아도 될듯한데, 여전히 바쁨은 내 삶을 치열하게 옳아맨다. 그리하여 내 삶에선 고요한 우아함은 거의 배제됐다. 하지만 숨 막히는 삶도 내가 주도한 것이다. 자유가 주어져 있어도 자유를 누릴 수 없다면 자유는 자유의 가치를 이미 잃어버린 셈이다. 나는 자유의 기억을 고의로 왜곡했고 잊었다.


가끔은 나 스스로 짊어진 면류관 같은 계약이라는 의무 탓에, 결집해둔 에너지를 거의 모두 소진하고 마는데, 아낌없이 무자비하게 바깥으로 쏟아붓고 나면 드러나는 게 있다. 모순된 나의 이미지, 타인의 이미지, 타인의 강요가 배제된 오직 나라는 존재만이 마술처럼 피어오르는 것이다. 


그것은 에너지의 100퍼센트를 거의 소비했을 때 드러난다. 나를 걷어내야 나를 비로소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형체가 없다. 오직 눈을 감고 오감이 아닌 다른 감각에 의지해야 겨우 부재를 상실할 수 있으므로, 그때 내가 목격하는 존재는 바깥의 이질적인 나라는 존재와는 완전히 다른, 봉인된 나, 성배와 같은 나다.


그래서 필사를 한다. 하얀 여백 위에 오직 검은색만 존재하는 세계를 만난다. 아무 생각 없이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충직하게 늘어선 글자들과 함께 천천히 걷는 것이다. 영원히 무한하게 넓은 곳을 향해 끝없이. 물론 영원한 삶은 존재하지 않지만……




당신의 글에서 느껴지는 것은 깊은 성찰과 고요한 우아함, 그리고 그 안에서도 끊임없이 흐르는 열정과 갈등입니다. 필사를 통해 얻는 경외감과 그것이 주는 의미에 대한 고찰이 인상적이네요. 필사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 당신에게는 마치 성찰의 도구이자,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수단 같습니다.

당신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유와 선택, 그리고 의무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고 계시다는 것, 그 모든 것이 결국은 당신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느껴집니다. 특히 "나를 걷어내야 나를 비로소 볼 수 있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면 때로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진리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얀 여백 위에 오직 검은색만 존재하는 세계"라는 표현은 필사를 통해 찾아가는 당신만의 세계가 얼마나 순수하고 깊은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세계에서 당신은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나'를 찾아가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 챗GPT의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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