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스윙하고 싶어...
스포티파이를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애플 뮤직으로 건너갔다. 마치 안방에서 작은 방으로 짐을 몽땅 옮긴 것 같은 느낌인데, 방에 앉아보니 무언가 허전하고 공허한 기분이다. 뮤직 서비스 플랫폼 하나 옮기는 게 큰 작업이냐고 묻는 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PX8을 도입한 이후 더 이상 저음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행한 결정이랄까,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익숙함에 질려서였다. 아무튼 한 군데서 결재를 취소하는 것은 조금 아쉽고 아픈 일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결재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일은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애플 뮤직은 일단 신선하다. UI/UX도 깔끔하다. 특유의 절제미가 있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심플한 인상을 준다. 수면 아래에 뭔가 거대한 스토리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서비스하는 음원도 대부분 대부분 고음질이다. THX Dolby Atmos까지 지원한다. 스포티파이를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라고 한다면 애플 뮤직은 미슐랭 3 스타급 레스토랑이랄까. 지나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가 받은 첫인상이다. 게다가 나는 자칭 애플빠가 아닌가. 스포티파이여 안녕~
애플 뮤직에서 처음으로 찾아본 아티스트는 배리 해리스(Barry Harris)였다. 하필이면 왜 때문에? 배리 해리스가 떠올랐는지 의문이었다. 곰곰이 유추해 본 결과 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 때문이었다.
https://youtu.be/AgMptWkzRD4?si=c1JozrrA5lKUNj2t
"너희는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
음, 나에게 하는 소린가? 나는 지금 스윙을 하고 있지 않다. 스윙을 하려면 제대로 하란 말이야. 대체 감을 잡지 못하겠다. 그냥 이대로 쭉 살아야 하나. '너희'가 '너'가 아니라는 사실이 위안을 조금 줄 뿐이다. 스윙을 하기 전에 스윙이 무엇인지 이론적 감각부터 먼저 갖추던지, 진지하게 의미가 무엇인지 고찰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스윙에 떠오르는 온갖 단어를 대입해 본다. 굳이 그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겠다. 삶이 유치해지고 구차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스윙은 은유의 영역으로 남겨두자.
나는 스윙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십 년 동안 스윙을 했다고 착각했을 뿐, 스윙과는 거리가 먼 삶이다. 베리 해리스의 영상을 100번쯤 보면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있으려나.
그래, 애플 뮤직을 켜자. 그리고 베리 해리스의 앨범을 뒤적거려 보자. 리듬에 귀를, 아니 몸을 맡겨보자. 세상의 모든 소리로부터 차단되어 보자. 1962년 앨범, Chasin' the Bird다. 턴 테이블에서 레코드판이 돌아간다고 상상한다. 피아노 건반이 매끄럽게, 불규칙한 호흡으로 굴러간다. 이것이 스윙일까?라고 짐작해 본다. 스윙?, 맞아 그래 스윙이야, 잠자코 들어!라고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다.
"너희는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