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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챗GPT, 그리고 형상화에 관한 짧은 글쓰기 실험

내면의 감각을 깨우는 몇 가지 사소한 방법들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저는 가끔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의 잔해들을 어떻게 하면 독자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일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오늘 스타벅스에서 출판사 대표와 나눈 건설적인 대화 풍경이라든가, 한밤중 냉장고에서 새어 나오는 닭강정의 냄새 같은 것들 말이죠. 어떤 사람들은 이런 추상적이며 관념적인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을 '형상화'라고 부른다는데, 저에게는 그저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브런치에 늘어놓는 작업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감정은 꽤 추상적이죠. 기쁨, 슬픔은 그 개념 자체만으로는 안개처럼 뿌옇기만 합니다. 형상화는 그 장면을 선명하게 바꾸는 작업입니다. "두 볼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라고 표현하면 우린 '슬픔'이라는 감정을 문장에서 감지할 수 있죠.


형상화는 단순한 모방이 아닙니다. 작가의 내면에서 재편집된 기억과 경험의 결과물이죠. 작가에게 대상은 형상화라는 작업을 통해서 새롭게 재창조됩니다. 그것을 읽고 독자는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고요.


작가는 내면의 눈으로 대상을 보고, 내면의 코로 냄새 맡으며, 내면의 촉감과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포착합니다. 그리고 이를 단어와 문장으로 조합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죠. 마치 니콜라 테슬라가 자서전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먼저 머릿속에서 그 구조를 바꾸고 작동시켜 본다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작가는 상상 속에서 사물과 인물, 사건, 배경을 재구축하고 요리조리 움직여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형상은 때로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소설이 되며, 때로는 날카로운 분석을 담은 담론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형상화 글쓰기를 연습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저도 가능한지는 실험을 해보지 않아서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만,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어쩌면 형상화를 기르기 위해 챗GPT와 접촉을 시도하는 건 꽤나 바보 같은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감정을 이성적으로 해석하는 기계에게 내면의 감각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재해석해주길 바란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시도해 볼만한 일인 것 같지 않습니까?


챗GPT에서 [GPT-4o]를 선택하고 아래 프롬프트를 챗GPT에게 제공해 주세요. (제미나이도 클로드도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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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너와 형상화 글쓰기 연습을 진행하고 싶어. 내가 '내면의 감각'을 최대한 써서 어떤 대상을 생생하게 묘사해 볼 거야.

- 내가 일상적인 사물 하나를 마음속으로 떠올릴게. (예를 들면 아침에 마신 커피잔, 책상 위의 연필, 창밖의 나무 같은)
- 떠올린 걸 오직 내 '내면의 눈, 코, 귀, 혀, 촉감'만 사용해서 떠올려 볼 거야.
- 내가 떠올린 시각적 이미지(색깔, 형태, 빛깔), 소리(만약 있다면), 냄새, 맛(상상할 수 있다면), 질감 같은 걸 최대한 생생하게 너한테 설명해 줄게. 하지만 간접적으로 설명할 거야.
- 너는 그럼 내가 설명하거나 묘사한 사물이 무엇인지 유추해 보는 거야.
- 네가 정답을 맞히면 네가 상상한 이미지를 내가 얼마나 다양한 감각을 사용해서 묘사했는지 피드백해 줘

* AI에게 기대하는 역할: 사용자의 묘사를 바탕으로 사물이 무엇인지 추정하고 사용자 묘사의 구체성, 생생함, 감각 활용도 등에 대해 피드백 제공.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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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몇 줄의 묘사로 힌트를 제공했지만, 능력(?)에 따라 한 문장 정도면 제공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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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혹은 몇 단계를 거친, 그러니까 정제된 파동이 끊임없이 온몸으로 밀려들어와.
꽤 높고 부드럽지만 한편으로는 날카로워.
냄새는 없어 특별한 향취도 없어,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더 강렬하게 대뇌 뇌세포 하나하나에 각인 돼.
때로는 심장이 폭발하는 것처럼 동요해.
청각이 아주 호강하는 거야.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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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워 ㅎㅎ 헤드폰으로 전달된 음악이었는데 거의 맞췄네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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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둥그렇게 뭔가를 에워싸고 들끓어.
누군가는 목놓아 통곡을 하고 누군가는 기뻐서 날뛰어. 시끄러워서 미칠 지경이야.
그들은 누군가를 대신해.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도처에서 피비린내가 잘 지경이야.
흥분한 군중을 아무도 말릴 수 없어, 마치 그들은 미친 좀비 떼들 같아.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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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야. 내가 힌트를 너무 쉽게 줬나? ㅎㅎ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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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마치 제 머릿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정답을 읽어냈네요. 구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것인지 챗GPT가 선무당처럼 신통하게 유추해 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맥이 다소 빠졌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표현력을 기르고 그 표현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 단순히 이 과정을 반복해도 표현력이 늘겠더군요.


여러분도 심심할 때 한 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 형상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면 감각 깨우기: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 풍경,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각뿐 아니라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활용해 느껴보세요. 그리고 그 느낌을 '내면의 감각'으로 다시 한번 떠올리고 저장하는 연습을 합니다.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행복', '불안', '정의'와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이것이 만약 구체적인 사물이나 생명체, 혹은 어떤 상황이라면 어떤 모습일지, 어떤 소리가 날지, 어떤 감촉일지 상상하고 글로 묘사해 보는 훈련을 합니다.

테슬라처럼 상상 속에서 구축하기: 글을 쓰기 전에, 혹은 쓰는 도중에 전달하고자 하는 장면이나 개념을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혹은 조각처럼 구체적으로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움직여보고, 느껴보는 겁니다.

다양한 표현 매체 탐구: 뛰어난 형상화가 담긴 문학 작품, 영화, 그림, 음악 등을 접하며 다른 이들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으로 만들어내는지 관찰하고 영감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더 자세한 글쓰기 연습 방법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아래 제 책을 참고해 주세요.


작가가 출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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