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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15. 2016

1편. 전복의 철학자, 니체는 누구인가

니체의 인생 강의 - 이진우

지독한 허무주의에 빠지다.


요즘 들어 나는 허무주의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이 세상에 내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늘 똑같은 사람들과 비슷한 하루를 반복해야 하는지, 보기 싫은 사람을 마주하며 억지로 소통을 나누고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인가? 철학적인 고민이 증가하면서, 내가 실존하고 있는 분명한 이유를 찾기 위하여 오늘도 나는, 스스로가 던지는 질문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직장에 몰입하면 할수록 근원적인 문제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일에 빠져들면 모든 질문들에 대하여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이어서 복잡한 의문만 가중될 뿐이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저녁시간이 찾아오면, 우습게도 무사한 하루를 마친 것에 대하여 얼마나 안도하며 감사하게 되는지 모른다. 괴로움-순응-기쁨-슬픔과 같은 일상적인 감정들이, 순환될 수밖에 없는 반쪽자리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 무거운 짐을 떠안아야 하는지, 나의 내면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니체로부터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어쩌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진우 교수의 <니체의 인생 강의>


나는 그렇게 니체를 시작하려고 한다. 철학은 내 삶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니체는 이제 내 의식의 전면적인 세계에 진입하려고 한다. 나는 도전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바쁘고 일상에 쫓기며 살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를 니체를 파헤쳐 볼 것이다. 늦은 나이, 철학에 발들 디디기 위하여 내가 먼저 선택한 책은 이진우 교수의 <니체의 인생 강의>였다. 



이진우 교수



니체라는 사람에 대한, 니체의 사상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가 필요했다. 아니 그의 사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신은 죽었다고 얘기한 그의 주장에 담겨있는 진실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연구하기 위한 나의 첫 번째 관문으로 <니체의 인생 강의>를 선택한 것이다. 일반적인 철학서보다는 탐독하기 쉬워 보였다.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작으로 적당할 것 같았다. 이 책은 일단 이해하기 아주 쉽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를 다 읽고 나서 리뷰를 쓰려했지만, 한 장을 마칠 때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칠 것 같아서 7장에 걸쳐서 리뷰를 쓰고자 한다. 오늘은 첫 번째 장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삶의 의미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종교에 의지하는 것, 과학적인 통찰에 기대는 것도 나의 공허한 일상에 선명한 해답을 주지는 못했다. 문제 인식은 제대로 하고 있지만,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보다는 추상적인 관념의 단어들만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떠다니는 단어들을 목구멍 바깥으로 꺼내봤자 별반 달라질 것들은 없었다. 오히려 현실은 더욱 무거워졌고, 공허함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결국 나는 '니체'을 찾았다. 니체를 부정할 수 없었다. '신은 죽었다.'고 외쳤던 역사적인 철학자를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사실 니체는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여전히 실존하고 있었다. 이미 읽었던 책들과 스쳐 지나갔던 일상에 이미 그의 사상은 녹아들어 있었다. 내가 그것을 제대고 인지하고 있지 못했을 뿐, 내 삶을 송두리째 휘어잡고 있었던 화두는 단연코 니체의 사상이었다. 니체에 의하면 '실존의 허무감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가릴 것 없이 삶은 공허하다.





니체를 시작하다.



이진우 교수는 7장에 걸쳐서 니체의 사상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독일 유학 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을 읽고, 단 한 페이지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나 역시 그의 책을 통해서 오래전 그가 겪은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어쩌면 니체의 사상은 우리의 삶을 흔들 수 있는 전염병과 같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나는 너희가 감당하기 힘든 병균일 수도 있어. 위험한 사상을 퍼뜨리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 - P.14



'위험하게 살아라'라고 경고하는 그의 의중은 무엇일까?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은, 편안하고 쉬운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까? 남자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며 성취하려는 원대한 꿈,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 명예, 부 같은 것들을 달성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라는 뜻일까? 





내가 보기엔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이전까지 진리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부정하라는 뜻일 것 같다. 이를테면 신이 오직 전부이며 내가 사는 이유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의 교만함과 미지의 영역에 기대며 현재의 삶을 등한시하려는 모순된 생각에 경고를 날리는 것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의존하려 들지 말고, 현재 주어진 삶의 보다 충실하라는 의미에서, 기존에 진리이며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가치들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닐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기존의 기득권, 가치를 모조리 때려 부수라는 것이다.



"내 말을 믿어라. 실존의 가장 커다란 결실과 향락을 수확하기 위한 비결은 다음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하게 살아라!" - P.16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지만 나는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철학적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니체는 말한다. 우리가 믿었던 진리는 진리가 아니다. 그것은 가짜고 우상이다.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 P.18



니체는 당시 지배했던, 절대적 진리인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부정했다. 그것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만든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했던 신의 죽음, 초인, 권력에의 의지, 영원회귀의 문제는 모두 삶의 문제로 귀결된다.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 현실에 놓인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을 중요시한 것이다.



니체는 가슴으로 말하는 철학자였다. 늘 직관과 감정에 호소했으며, 원하는 진리를 찾기 위해 스스로 고통을 선택했다. 끊임없이 여행을 다니며 방랑자 같은 삶을 살다가 말년에 광기 어린 행동을 하고 정신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죽기 전까지 글을 썼다. 죽을 각오로 글을 썼다. 삶이 곧 사상이고, 사상이 곧 삶이었다. 그는 현실의 철학자였다.





골방에서 턱을 괴고 생각하는 사상은 진정한 사상이 아니고 불현듯 찾아오는 사상만이 진정한 사상이라고 단언하며 끊임없이 자연과 소통을 합니다. - P.23

"철학이란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를 개념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 P.25

진짜보다는 가까가 많고 진리보다는 우상이 많다고 이야기할 때 그 우상과 허구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권력에의 의지입니다. - P.29

"모든 심오한 사상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모든 철학적 개념은 또 다른 하나의 가면을 쓰고 있다." - P.31



니체와의 여정은 언제 막을 내릴지 알 수 없다. 이 책의 리뷰를 쓰는 것은 시간에 달려있지 않다. 읽고 나서 느낌이 더 소중하다. 어떤 강한 느낌이 내 의식으로 전달될 때, 계속 글을 이어갈 것이다. 얇은 책을 통해서라도 니체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가 전달한 사상, 고민했던 흔적들을 통하여 현재의 내가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볼 것이다. 이것은 나를 찾는 여행과 연결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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