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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Dec 14. 2016

사랑이란?

사랑에 관한 나의 단상

지금까지 적지 않은 에세이를 썼습니다. 글을 쓰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남몰래 시를 쓰기도 하지만, 조금씩 소설도 써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훈련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경험한 사실과 상상력을 배합하여 에세이 + 소설을 한 번 써봤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구체적인 것인가? 관념적인 것인가? 어렵다. 사랑, 만질 수도, 볼 수도, 맛볼 수도 없다. 나는 형체 없는 그것에 푹 빠져 산다. 그 화학적인 물질에게 다가가려 할수록 그것은 나에게서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한다. 사랑은 밀고 당기기의 선수다. 모른척하면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서 정신을 잃게 하는 마법의 존재, 그 매혹적인 물질이 사랑이다.
 

 언제 찾아왔을까? 사랑은 슬쩍 내 곁에 다가와서 이내 머물다 사라진다. 밤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은 잊힌 사랑의 흔적이다. 마음에 기별이라도 주었으면, 아련히 흘러가다 어딘가에서 수명을 다했을 별똥별의 사무친 한을 이해했을 텐데......


 사랑은 행복한 나날, 실연의 아픔, 두 가지를 나에게 숙제로 남긴다.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을 때, 회한을 남기고 사라지기도 한다. 붙잡으려 해도 멀어진다. 사랑이 남기고 떠난 빈자리는 너무나 무겁고 엄숙한 것이어서, 그 무게를 온전히 감당할 수 없다. 사랑을 잃은 나의 심장은 차갑게 얼어버려서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일 뜨거움을 포기한다.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을 잃어버린 과거의 나는 때로, 사랑의 의미를 찾기 위해 지나가버린 시절에 얽매인다. 나는 어려서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다. 사랑이 옆에 있었지만, 그것을 몰랐다. 사람은 사랑을 남겼고 떠났다.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종교 동아리였다. 그녀는 모임을 리드하는 간사였다. 그녀는 다른 학교에서 우리 학교의 간사로 잠시 파견을 나오게 되었다. 늘 활발했고 헌신적이었던 그녀, 모두에게 친절했던 그녀는 나에게도 기분 좋은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활발하며 적극적이었던 그녀는 소극적이며, 무표정했던 내 삶을 변화 시켰다. 음울했던 나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었다. 모임에서의 종교적인 역할도 의미가 있었지만,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 행복이었다.
 
 아무런 의욕도 없던 내 삶을 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그녀를 만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녀와 대화하고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이 행복이었다. 미래가 없는 현실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었다. 나보다 한 살 더 많았던 그녀, 영적으로 덜 성숙했던 나, 그녀와 가정 환경이 너무도 달랐던 나, - 나는 너무도 가난했다. - 그것은 그녀와 나의 허물 수 없는 벽을 쌓았다. 나는 그녀의 개인적인 고백을 억지로 거부했다. 겉으로는 더욱 차갑게 행동했다. 속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했다. 속으로 그녀와 있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것을 들키기 싫었다.


 시간이 지나 그녀가 다시 원래의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다. 늘 함께 할 것만 같았던, 그녀와의 시간은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보냈던 수많은 시간들을 붙잡고 혼자 아쉬워했다. 고통스러웠지만, 눈물은 얼어붙어 짜내어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알 수 없는 애틋한 표정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나는 무심한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현실은 다시 무섭게 내 발등을 찍어눌렀다.


 몇 해가 지났다. 식은 감정을 부여안고 그녀의 소식을 찾았다.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기묘한 것은 그 소식을 내 꿈에서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내 꿈속에 나타나서 알 수 없는 원망의 언어들을 남기고 사라졌다. 꿈에서 깬,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의 소식을 찾았다. 그러나 내가 찾은 것은 그녀의 죽음에 관한 소식이었다. 그녀는 대장암에 신음하다 결국 영면하였다.


 나는 결국 살아있는 그녀에게 감정을 전달하지 못 했고, 고백도 하지 못 했다. 신앙의 힘으로 마지막까지 버티어 냈다던 그녀의 죽음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과거의 기억도 아닌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녀와 함께 주고받았던 추억들이 아직까지 생생한데, 그녀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녀의 감정에 솔직히 응답했더라면, 지금쯤 그녀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나는 하찮은 운명 따위 들을 바닥에 나열해놓고 순서를 뒤섞었다. 부질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 순간의 나는 다시 일상으로 무섭게 돌아가야 했다.

 



 사랑이었는지 처음부터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연인들은 영원히 행복할까? 그것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지속될까?


 사랑이 될지 예측하지 못한 채 만남을 시작한다. 설렘을 가슴에 듬뿍 안은 채, 함께 시간을 나눈다. 처음에는 예쁜 감정만이 서로에게 가득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단점까지 안아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시간이 흐른다. 몇 주, 몇 달의 시간이 더 흐른다. 설레었던 불투명한 감정은 점점 희석되어 투명해진다.


 시간이 무심히 지나갔을 때, 환한 가을 햇살이 창가에 비스듬히 쏟아질 때, 낮고 잔잔하게 퍼지는 그림자 속에서 지나간 사랑을 더듬는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안정적인데, 과거를 생각하면 마음은 오래된 화석처럼 점점 딱딱하게 굳어간다. 사랑이 찾아왔을 때, 사랑인 줄 모르고, 그 사람에게 쏠렸던 모든 감정들이 사랑이었음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 사람이 없는 세상은 빛이 있으나 어둡다. 불이 켜져 있어도 환한 그 사람의 존재는 이미 마음속의 그 어떤 빛보다 강렬하다. 눈 감아 그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그림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제는 고맙다 얘기할 수 있다. 오랫동안 기억에 애틋한 추억으로 머물러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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