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연 후기
AK 구로점에서 강의했다. 강의 한 시간 전, 미리 도착하여 노트북에 발표 자료를 복사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노트북 관리를 제대로 안 하나보다. 연결한 USB에 바이러스가 걸렸는지 모든 자료가 '바로 가기'로 바뀌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파워포인트 파일이 2K 사이즈로 바뀌었으니 제대로 열릴 리 만무했다. 구글 드라이브에 접속하여 복사본을 다운로드하는 것으로 바이러스 전염 사건은 일단 봉합되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USB에 담긴 내 소중한 파일들이 날아간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파워포인트 버전이 다르니 내가 작성해놓은 폰트가 다 깨졌다. 급히 폰트를 새로 맞추고 화면을 다시 정렬했다. 한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다. 강연 시간은 찾아왔고 소수의 분들이 참석하셨다. 브런치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책사이' 작가님께서 동생분을 모시고 오셨다. 몇 주전부터 꼭 참석하겠다 말씀하셨는데, 약속을 지키셨다. 감사했다. 바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구로까지 찾아오셨다. 열을 다하여 강연에 임해야겠다 다짐했다. 어제 날씨가 좀 더웠는데, 마침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가지고 오셨다.
강연을 마치고 냉정한 조언을 부탁드렸다. 체계적으로 준비한 것, 물 흐르듯 강의를 진행한 것, 특히 목소리가 좋다며 감탄했다고 하셨다. 유머 코드를 좀 보완하고, 수강생들과 소통을 하면 더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내용을 보강하여 다음 달 분당지점에서의 새로운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노트북도 직접 챙겨가야겠다.
2. 책 구입
강연 끝나고 광화문 교보 문고에 들렀다. 한 시간 떠들었더니 지식에 갈증이 생겼다. 나와 같은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던 오상익 작가의 <강연의 시대>를 구매했다. 전문가의 얘기를 좀 들어보고 싶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강연은 계속될 텐데, 프로 강사들의 노하우를 보고 싶었다. 한시적인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계속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직장인들 중에서 강사라는 직업을 별도로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한다. 자신의 한계를 200%로 설정하고 120%는 직장에 투자하고 80%를 강연에 투자한다는 얘기에 감동받았다.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배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어디에서든……
박준 시집 구매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시에 대한 동경이 있다. 느지막이 등단에 대한 꿈도 있다. 글을 쓰는 것이라면 편식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 그리고 시인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녀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이병률의 시집이 새로 나왔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그의 산문집은 거의 보유 중이지만, 시집은 단 한 권도 없다. 그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나. 책장에 그의 시집을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결핍은 사라진다. 그 결핍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을까.
택시운전사를 보고 <소년이 온다>를 구입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작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지만, 다시 한번 제대로 탐독하고 싶다. 소년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으로써 나의 일상은 경건해진다. 오래도록 두고 보고 싶다. 잊지 말아야 한다. 그날의 사건을……
전작 <사피엔스>를 재미있게 읽었다.
<호모데우스>는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흥미롭다.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도 요즘 인공지능이 대세다. 사물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초연결 세상. 그 세상은 인류에게 빛이 될까, 암흑이 될까.
시 창작법에 관한 책이다.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시인 안도현이 낸 책인데, 좀 오래되었다. 서점 구석에 있더라. 찾느라 좀 힘들었다. 이왕 시를 쓸 것이라면 제대로 공부하고 쓰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시를 쓰면 실력이 늘까.
재능이 쑥쑥 자라날까?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영화 <A walk in the woods>를 보고 빌 브라이슨을 알게 되었다. 발칙한 여행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잠깐 읽어봤는데, 그의 지식에 놀랐다.두께가 좀 있다. 오래도록 읽어봐야 할 책이다.
3. 복귀
집에 돌아와 USB를 내 PC에 연결했다. 요란한 알람과 함께 디펜더가 바이러스를 잡았다. 그러나, 꽂혀있던 다른 USB까지 모두 감염된 상태였다. 바이러스는 처치되었지만 모든 폴더가 링크로 바뀌었다. 혹시나 싶어 히든 파일을 조사해보니 원본 폴더가 히든 속성으로 바뀌어있다. 링크 폴더를 삭제하고 숨어 있던 트로이목마도 찾아 삭제했다. 히든 폴더를 정상 폴더로 바꾸니 사건은 해결되었다. 컴맹이라면 분명 USB를 포맷했을 것이다. 내가 컴맹이 아니라는 사실이 참 다행이다.
4. 말
사람들이 던진 말들이 귓가에 떠 있다. 쉽게 흘리는 말들……
"꼭 한 번 봅시다."
"시간 내서 꼭 가보겠습니다."
나는 그런 말들에 예민하다.
말로써 저절로 의리를 지켰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냥 우스운 말이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1%의 기대를 했던 나.
그냥 인사말로 내민 말들이었을까. 마음에도 없는 말들 차라리 안 하는 게 좋겠다
적어도 기대는 하지 않을 테니깐. 그러면 실망도 안 할 테니깐……
가을답지 않게 더운 밤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futurewave.Lee
브런치 : https://brunch.co.kr/@futurewave
블로그 : http://blog.naver.com/futurewave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