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들은 그렇게 많이 울면서 점점 더 행복해질까?

'네루다'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

울면 행복해진다는 말은 누가 먼저 시작했으며 그 생각은 어디에서 온 걸까요? 물론 내가 이 문장에 대해서 글을 쓰겠다고 달려든 것은 칠레의 시인 '네루다'가 던진 말이기 때문이죠. 평범한 사람이 이런 질문 공세를 나에게 펼쳤다면, 나는 비아냥거리면서 지나가버렸겠죠. 이건 네루다가 던진 말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는 거예요. 어원을 따라가본다면, 네루다가 최초로 한 말은 아닐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주고받던 흔하디흔한 문장일지도 모르죠. 이 문장은 다만, 네루다가 질문을 해서 힘을 받은 게 맞다고봐요. 제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죠. 사람이 우는 것이 아니라 구름이 운다고 얘기했잖아요. 나는 시인의 눈으로 구름을 보고 있어요.

나는 우는 것에 익숙지 않아서,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울고 나면 행복해진다는 뜻을 논리적으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가 않네요. 물론 누구나 슬퍼할 때는 있겠죠.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 중에 마땅히 울어야 하거나, 속에서부터 울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어 오르는 날이 있다는 건 나도 알아요. 세상을 살다 보면 울고 싶어도 참아야 할 날이 훨씬 많다는 게 문제잖아요. 슬픔이란 건 슬며시 가슴속으로 스미는 건데,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는 느린 걸 가만두지 않거든요. 잘못된 점은 조급하게 구는 거, 생각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 거…… 원인은 속도 때문 아닐까요?

운다는 일 자체가 남들에게 때로 비웃음 당하는 일이기도 하려니와, 어려서부터 울면 '남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살아온 탓에, 우는 게 난해한 수학 문제 풀이 같은 것이 되어버렸어요. 나는 수포자가 되어버렸나 봐요. 아니, 수포자가 아니라 '슬포자(슬픔 포기자)'가 맞겠군요.

가끔 남몰래 울 때가 있긴 해요.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곤 하는데, 그때는 눈물을 좀 흘려요. 문제는 흐르다 금세 말라 버린다는 게 문제죠. 완전히 메말라버린 건 아니었어요. 혹시나 내 마음 가운데에서 물기가 사라진 건 아닐까 걱정을 했거든요. 한때는 내가 공감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무섭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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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을 해봤어요. 나는 어느 때 울고 있었을까. 힘들었던 날도 많았고, 좌절하다 죽음 직전까지 내몰린 나날도 숱하게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어떻게 견디었을까'라고 말이에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내가 고통을 어떻게 참았는지 신기하더라고요. 어떤 방식으로 슬픔을 삭히고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과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을 끄집어내보아도 그냥 나는 늘 참기만 했구나, 그것뿐이었어요.

나는 원래부터 울지 않는 아이였어요. 내가 기억하는 아주 오래전의 꼬마 아이는 우는 걸 포기한 아이였어요. 또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던 거죠. 약점을 잡히고 쉽지 않았겠죠. 감정에 다가서는 것,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걸 부정하고 살았던 거죠. 억지로 웃으려 하거나, 본능에 충실하지 못한 아이였어요. 조숙했던 아이였나 봐요.

얼굴이 굳어 있다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환경이 어둡다거나 집안이 넉넉하지 못했다는 말은 스스로를 가두는 말이더군요. 생각은 마음을 괴롭히고 그 감정은 얼굴에 드러나죠.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게 표정이었어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얼굴이라고 하는 걸 늦게나 깨닫게 되었죠. 그걸 보면서 생각을 조금 고쳐야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바쁘게 살다 보면 무엇이든 잊게 되네요. 가끔은 밥 먹는 일도 잊고 살잖아요. 세상이 그렇게 살아가라고 우리에게 강요하잖아요. 명령을 받으면 무엇이든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게 정답인 줄 알고 살았어요.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질문은 허락되지 않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가끔 이런 글을 쓰며 현실을 파헤치는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회의감도 들어요. 그래요. 구름이 운다는 것은 이제 알겠어요. 구름은 울고 싶을 때 실컷 울 수도 있고 표정을 일그러뜨릴 수도 있어요. 얼굴색을 검게 칠할 수도 있고 새까만 눈물을 펑펑 쏟아낼 수도 있겠죠. 그렇게 한바탕 퍼붓고 나면 가슴이 시원해질 테죠. 남들을 향해 화살도 한번 쏘아보고, 고함을 질러 보기도 하고, 얼마나 시원하겠어요. 마음을 비울 수 있으니 깨끗해질 가능성도 있는 거죠. 그렇게 퍼붓고 나서 뒤끝은 없을 거예요. 스트레스를 다 풀었는데 투정 부릴 일이 있겠어요. 나는 솔직한 구름이 부럽습니다.

내일부터는 좀 당당하게 굴어야겠어요. 화가 날 때는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큰소리도 좀 쳐보고 구석에 처박혀서 눈물이라도 한바탕 흘려봐야겠어요. 나를 위해서 말이죠………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면 분명 마음이 깨끗해질 거예요. 이제 스스로를 좀 믿어야겠어요. 나도 구름처럼 많이 울면 조금은 행복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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