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잡니다.

당신이 없는 아침도...

동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당신을 데리고 사라졌죠

바람에 실려가다 다시 파도에 묻혀가는
당신의 스무 살 또는 서른 살 언저리
무수한 당신의 필름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네요

모래시계처럼 가루로 흩어지는
당신의 얼굴이 눈꺼풀 속으로 스며들자
나는 들판에 버려졌어요

오아시스 저 멀리
한 송이 봄날의 꽃이
눈물도 없이
햇살도 없이
혼자 피었네요

조심스레 꽃의 넋두리를 듣다
갈대밭에 쓰러져 나는 잠이 듭니다

사막 같은 이곳
바람이 남긴 그림자도 없는
이국의 땅에서
나는 잠도 잘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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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입니다. 12월의 첫 장을 넘기는 일은 다만 설레는 일은 아닙니다. 무수하게 넘겼던 지난 몇 번의 계절도, 그리고 1월부터 11월까지의 상심도 오늘보다 크지는 않았습니다. 올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런 적막한 말 따위를 남기며 나는 시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는 달입니다. 아침잠에서 벗어나 햇살을 마주하고 있어도 기억은 야속하게 기쁜 것들만 먼저 빼앗아가나 봅니다. 왜 나에게 지금 남은 것은 슬픔만 가득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있습니다. 내 머리카락은 생기 있으며 여전히 잘 자라나고 있습니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냐고 묻고 싶어요. 물론, 그 질문은 닿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한마디라도 남겨보고 싶네요. '겨울 채비는 잘 하고 계시겠지요.'라고 말입니다. 해묵은 안부를 묻는 나는 오늘도 잘 지냅니다. 그리고 잘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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