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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pr 02. 2018

월요일

익숙한 일상의 연속

평범한 듯 아닌 듯 분간할 수 없던 출근길. 희끄무레한 먼지가 도시를 완벽히 집어삼키었고 빛을 송두리째 어디론가 가두어버린 듯한 아침이었다. 짜증 나는 것은 이러한 날도 나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4월의 첫날치고는 여름으로 깊이 들어선 느낌이라고 할까?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기운에 사로잡혀 내 몸은 어디로 가야 할지 시선을 엉뚱한 곳에 처박고 있었다. 아침 버스 정류장은 예상보다 한산했다. 먼지를 피해 모두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친 걸까? 몇 명은 택시를 부르기 위하여 손짓을 했다. 


버스 기다리는 약 5분의 시간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먼지를 마시게 될까? 당장 먼지에 심각한 내상이라도 입을 것만 같았다. 나는 마스크 하나 없이 더러운 먼지와 눅눅한 아침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하고 있었다. 버스는 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보이지 않는 햇살을 사이에 두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위태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으나 나는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존재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숨을 고르던 아침의 태양, 다소 무거운 옷차림과 그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그리고 그물처럼 얽혀있던 온간 의무들. 그런 것을 생각하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먼지 때문이 아니라 겹겹이 쌓인 운명들 때문에……

시간이 한 곳에 정체되어 있다가 한꺼번에 어디론가 쏠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역한 기분이 들어 세상의 모든 시선을 피해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을수록 보이지 않는 것들은 더욱 세력을 확장해서 밝은 것들을 잠식해 나갔다. 그것들은 대개 불투명한 운명 따위였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직장인의 무거운 운명이라고 할까? 나는 다시 번쩍 눈을 떠야 했다. 이곳에 뒤처져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아니 영영 지각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눈을 뜨니 하늘은 맑지 못했고 잿빛의 기운이 내 발밑까지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한 곳을 향해 고정되어 기다리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숨죽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그 자리에 서있건 버스를 타고 이동하건 간에 시간은 잠자코 흘렀다. 늑장을 피운 덕분에 평소보다는 회사에 조금 늦을 것 같았다. 정해진 틀에서 약간 벗어나서였을까.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익숙한 패턴을 준수해야 하는 직장인의 신분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이라는 무게와 묵직한 기둥에 묶여있는 탓에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없었다. 그것은 회피할 수 없는 끈이었다. 너무나 강직하고 한쪽으로 꼬이고 말려버려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가늠할 수도, 매달리려고 당기어봤자 튼튼한 건지 예측할 수도 없는 지경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 월요일이야'라는 헛소리만 입에서 나왔다. '모든 탓이 월요일이야.' 삶의 무게 때문도 아니며 그래서 도망치고 싶다는 본능도 아닌, 단순하게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사실 하나로 내 마음은 설명이 되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쏟아졌다. 한꺼번에 유입되어 정체되었다가 혈이 뚫리기라도 한 것처럼 크게 터졌다. 나 역시 그 강렬한 물살에 휩쓸렸다. 굳이 발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운반되는 느낌이 들었다. 무거운 발걸음과는 대비되는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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