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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03. 2018

배달료 받는 치킨 프랜차이즈

안 사먹겠다.

  얼마 전 퇴근하는 길에 치킨집에 들렀어요. 배달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하는 문제의 '00치킨'이었죠. 지금까지는 항상 배달시켰지만, 왠지 2천 원  더 주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직접 들르게 되었습니다.

  치킨 한 마리를 시켜놓고 잠시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데, 주인의 얼굴이 울기 직전이네요. 이전보다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는 볼멘소리였습니다. 워낙 치킨을 좋아하긴 하지만, 갑자기 2천 원 더 주고 사 먹어야 할지는 좀 의문이었어요. 물론 2천 원이라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죠. 매일 회사에서 사 먹는 커피 한 잔 정도의 금액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농간에 휘말리는 기분이 들어, 그 물결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00치킨은 여간해서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치킨 한 마리의 원가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그 부분까지 파헤쳐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신문기사는 이번에 배달료를 받게 되면서 점주의 이익이 더 증대되었다는 말도 하네요. 신문기사의 요지는 "배달료를 부과해서 매출은 줄었지만, 주문이 줄어 힘든 노동강도가 줄었고 배달료 때문에 점주들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났을 거라는 예측이었습니다." 주문이 늘어서 워라벨 - Work Life Balance - 이라도 실현했나 보네요. 글쎄요 점주 입장에서는 장사 잘 될 때, 조금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직장인도 아니고 무슨 워라벨인지, 과연 자영업자 입장에서 생각해본 건지 기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 입장에서 점주의 이익은 큰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만큼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 그 부분이 중요합니다. 기존 치킨값에 이미 배달료가 산정되어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배달료 2천 원은 실질적인 치킨 가격의 인상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니겠어요? ㄱㅊ치킨을 시작해서 다른 치킨 업체의 가격 인상은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없겠죠. 조만간 치킨 한 마리 가격, 2만 원 시대가 열리는 겁니다. 

  뉴스 기사의 댓글에서는 직접 찾아갔는데도 배달료를 받는 매장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방문한 매장은 그렇지 않았지만, 다른 매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두 마리 주문할 경우에는 배달료를 두 배 받는 다른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마치 도시 괴담 같은 기분이 듭니다.

  회사 근처에 테이크 아웃 커피 매장이 20여 군데 있습니다. 과열 경쟁이 붙어 우리는 커피 한 잔에 단돈 천 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사 먹을 수 있습니다. 독점하다시피 장사가 잘 되던 매장 하나가 갑자기 가격을 5백 원 올리고 컵 사이즈도 반으로 줄였어요. 이벤트 기간이 종료되었으니 가격을 올린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래, 우리가 싸게 먹은 건 사실이니 500원 정도 올리는 것은 봐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컵 사이즈까지 반으로 줄이는 것은 좀 치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우리는 기분이 나빠져서 그 매장을 다시 찾지 않았습니다. 다른 매장도 가격이 오른 1,500원으로 아메리카노를 사 먹을 수 있었지만, 컵 사이즈는 전과 동일했고, 맛도 비슷했다고 생각했기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다시 치킨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서운한 것을 느끼면 그 느낌을 쉽게 잊지 못합니다. 비논리적인 것에 대해서는 더욱 감정적으로 대응합니다. 불매운동이 한 번 일어나면 무서울 정도로 운동이 확산이 되듯, 등을 돌리면 무섭게 외면하는 것이 소비자입니다. 아내와 그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 이번에 치킨 한 번 끊어보자고, 다이어트를 위하여 말입니다. 해당 치킨은 과연 배달료를 다시 어떻게 할까요? 소비자와 전면전이라도 하려고 하는 걸까요? 글쎄요 집 앞에는 저렴하고 맛있으며 양 많은 다른 치킨 가게도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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