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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12. 2018

행복의 조건이란?

야근후 퇴근 시간

야근


그날 밤도 나는 까만 침대에 누워
초승달 같은 당신의 미소를 떠올렸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손은 늘 무거웠고
검은색의 향기는 어지러웠다

그날 밤도 이루지 못한 소원을 결국 버리고
창문을 뚫고 물가로 뛰어들 태세였다
그날은 유독 웃음이 백발노인 같았고
느린 내 발걸음은 더욱 무뎠다

고개를 떨구다 옥상 위 높은 곳에 오르면
별은 더 가까워질 것이라 의미 없는 궁리를 했지만
올라갈수록 하늘은 더 차갑게 굳었고
별에게 빌던 소원 따위도 혼잣말을 구걸할 뿐이었다

물 한 그릇 떠놓고
소망의 시간을 올렸다
오늘은 질긴 명줄 끊게 해달라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먹구름에 가려진 별이
오늘 밤엔 얼굴을 보여줄까
대신 별 사이로 
짐승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해설 아닌 해설서

  삶은 사실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빈틈으로 행복은 살짝 비친다. 볼 수 있어서, 그것을 가슴으로 힘껏 품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삶은 감사하다. 오늘도 꽤 소란스럽지 않은 하루였다. 늦게까지 일한 것만 빼곤…… 일을 할 때마다 나는 내적인 동요를 겪는다. 싸우지만 적은 보이지 않는 고요한 세상 속에서 나는 무언의 외침을 내뱉었다. 세상에 통하지도 않는, 그 어떠한 소리도 새어 나올 수 없는, 빛조차 통하지 않는 그런 어두운 목소리를……

  <행복의 기원>에서 서은국은 "행복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서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라고 했다. 직장에 속해있는 나는 긍정적 정서보다 부정적 정서의 빈도가 훨씬 높다. 그나마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아주 사소한 곳에 존재한다. 나른한 오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동료와 농담을 주고받는 것, 야근 끝에 주어진 퇴근할 무렵의 시간, 점심 식사 후 찰나의 단잠, 아주 작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찾아오는 이기적인 싸움, 이겨야 하는 끝장을 보아야 하는 긴긴 싸움, 결과를 내어야만 하는 싸움. 결국 얻어지는 큰 기쁨이란 것은 행복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줄까? 작가의 말처럼 행복의 유효기간은 짧다. 실망감은 다시 나를 덮는다.

  침침한 하루 끝에서도 내가 글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은국이 말한 것처럼, 나는 사람을 필요로 해서일까? 인간은 지극히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라서, 혼자보다는 여럿이 있는 것이 그나마 생존하기 쉽다는 의식 때문에? 퇴근하는 지하철,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고독함은 증폭이 된다. 나는 다시 글을 생각한다. 오늘 밤은 어떤 글을 독자와 나눌 수 있을까. 같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어떤 응원의 글을 줄 수 있을까,라고……

  행복이란 것은 참 가볍다. 진중하지 못하다. 그것을 심각하게 대할수록 더 멀어지고 달아날 뿐이다. 가볍게 생각하면 찾기도 쉽고 잃어버려도 다시 기회도 온다. 그러니 애써 잡으려고 하지 말자. 구하려고 하지도 말자. 가만히 있으면 오래된 친구처럼 곁에 온다. 그리고 그 친구를 반기면 된다. 차분하게, 오랜만에 만났지만 그날의 모습으로,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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