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를 놓치고
막차를 놓쳤다
무기력이라는 병에 걸린 채
뛰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선로에 남아있던 냄새는
빈자리를 찾았다
솟아오르는 삶의 밑바닥 이야기
정신 차리라는 뜨거운 귓속말
시간은 안개가 되고
집이 없는 사람들은 각자의 구원을 이야기했으나
바람맞은 구원이 막차에 쓸려와
가슴이 멍든 사람의 말수를 줄였다
집에서는 혼자 기다리는 당신이
설익은 밥 냄새를 들려주고
좀 더 익어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은
낡은 옷을 갈아입었다
편안히 앉아 구경이나 하던 나는
무거운 말 두 마디 정도를 내뱉고
이제 어디로 흘러야 할까
그날도 집은 기억을 잃었다
머리를 기르지도 못하고
구석에 기댄 아침잠을 기다렸다
이곳에서는 비도 오지 않고
기다려도 첫차에는
떠나보낸 말들이 도착하지 않고
지하 세계에 묻어놓은 나침반처럼
나는 빛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