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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27. 2018

바짝 마른 당신의 기억을 쓰다

하지만, 쓸 수 없다.

다시 넓은 공원을 찾았을 때
한결같던 당신의 뒷모습에서도
열기를 뿜던 한철 태양이 가라앉은 후였다

바짝 마른 당신의 전생을 더듬으며 
나는 죽음을 끌어안는 의식을 가졌다

아무도 없는 꿈의 언덕에서는
손 바닥을 씻는 행위를 하지 않으며
발 바닥이 시려도 울지 않는다

마음속에서는 흔적만 남은 물줄기가 
긴 말이 남아 있어도
가슴에는 더 이상 땀이 차지 않는다고
몽롱한 뒷걸음질로 울먹이는 가짜 소리를 냈다

나는 죽어가는 것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해야겠다 생각했다

말이란 바람처럼 단명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잠을 자야겠다는 집착에서 늘 벗어나지 못했으나
해야 할 말들은 자꾸 안으로 삼켜야 했다

그 식어가는 말들조차 
언젠가 다시 죽음을 극복할지도 모르니

나는 당신의 얼굴이 그려진 도화지에 
햇살이나 끼얹으며 
차갑게 식어버린 내 가슴이 
솟아나라 일어나라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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