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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l 03. 2018

여름

더위

장사는 한 철이라지
사람이 떠난 공터에는
햇살에 말려둔 공책, 연필의 무덤

선생님,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어요
남자아이가 눈물을 훔쳤고
선생님은 두꺼운 옷을 입혔지

장바구니가 가만가만 아이를 감싸고
장터에는 잿더미가 하늘로
아이는 햇살이 달린 챙을 쓰다 울었지

장사는 한 철이라지
엄마가 오기 전에 물건을 다 팔아야 해
물가에 산빛이 잠들기 전에





더위가 가슴까지 치밀어 오른다. 나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지난 시절만 공상한다. 생각해도 찾아오지 않는 사람, 어떤 그리운 이름을 끝도 없이 퍼올린다. 돌아갈 수 없는, 만날 수도 없는 이름은 햇살에 증발하고 말았다. 세상이 잿더미에 신음한다. 한 철 태양이 세상 곳곳에 침투했다. 그리운 너의 이름도 결국 햇살에 무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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